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연강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실내에는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이 가득하다. 바로 제주항공 출범, 분당 삼성플라자 인수ㆍ합병 등 올해 경사가 겹쳤던 애경 직원들의 송년회다.
최창활 ㈜애경 사장을 비롯한 400여명의 직원들은 팀별로 수화, 차력, 여장 콘테스트, 아카펠라 합창 등 팀별 콘테스트를 진행하고 뮤지컬 '풀몬티'를 관람한 뒤 일찌감치 귀가했다.
코믹댄스 공연을 준비해 팀별 콘테스트에 참가했던 홍보팀 박진희(29)씨는 "과도한 음주 강요로 직장인들에게 스트레스가 됐던 예년의 송년회와 달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공연도 관람할 수 있어 호응도 높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송년회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1차 삼겹살과 소주-2차 맥주집-3차 노래방'으로 이어지던 전통적인 송년회가 사라지고 직원 장기자랑, 문화공연관람, 봉사활동 등 다양한 형식의 송년회가 진행되고 있다. 마지못해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지멘스는 지난 8일 '댄스'를 테마로 송년회를 열었다. 행사는 3개월 이상 준비한 직원들의 댄스공연, 전문 뮤지컬 배우를 초청한 '맘마미아' 관람, 퓨전 재즈밴드의 연주관람 순으로 진행됐다.
㈜한경희 생활과학은 올 송년회를 '스트레스 제로데이'로 명명하고, 직원들에게 칵테일 제조법 강의, 난타와 댄스 배우기 등으로 진행한다. 직원들이 '깜짝 변신'을 할 수 있도록 송년회날은 파티복장을 입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통신장비 업체인 시스코는 지난 8일 '가족사랑' 을 주제로 한 송년회를 진행했다. 직원 자녀와 배우자들을 사무실로 초청해 크리스마스카드, 쿠키, 꽃꽂이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간단한 레크레이션으로 '가족애'를 다지는 계기로 삼도록했다.
보톡스 수입사인 한국엘러간은 직원들의 '기 살리기 송년회'를 펼칠 예정인데 오는 20일 강태영 사장 등 전 직원이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보톡스 주사를 맞거나, 피부관리를 받는 송년회를 열기로 했다. 30만원 이상의 고가의 시술이지만 회사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
한국지멘스 홍보팀 전민아 차장은 "송년회가 직원들 스스로 직접 준비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변하면서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억지로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푸는 식의 송년행사는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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