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기업의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이 올해보다 큰 폭으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내년 경제성장 부진을 예고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산업은행은 12일 국내 83개 업종, 3,598개 기업체를 대상으로 `2007년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내년 설비투자 규모는 84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가 지난해보다 11.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크게 둔화하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은 올해 12.5%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내년에는 정보기술(IT) 산업의 대폭적인 투자 감소(-7.8%)로 올해보다 2.5%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IT산업이 제조업 총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5년 48.1%에서 2007년에는 38.7%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또 제조업 중 대기업의 설비투자가 1.7% 감소하고 중소기업은 14.7%나 줄어들 것으로 나타나 중소기업의 투자 여건 악화가 더욱 심각했다. 이와 함께 수출기업이 0.1%의 낮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고 내수기업도 소비 둔화 여파로 7.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나마 비제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4.7%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전기ㆍ통신ㆍ유통업 등에서 다소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는 반면, 건설업은 주택건설부문의 부진으로 내년에도 감소할 것으로 파악됐다.
설비투자 부진 이유로는 내수부진(35.2%)과 수출부진(7.5%) 등 수요부진이 42.8%로 가장 많이 꼽혔고, 기존 설비과잉(14%), 수익성 저하(13.4%), 자금조달난(7.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투자자금은 제조업의 경우 주로 내부에서 조달해 내부자금의 비중이 올해보다 3.5%포인트 증가한 85.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비제조업도 내부자금 조달 비중이 올해보다 3.4%포인트 늘어 53.4%를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들이 빚을 지지 않고 자체 자금으로 투자하는 보수적인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산은 관계자는 “기업들이 투자여력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나, 미래 전망이 불확실하고 새로운 성장산업을 찾지 못해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기업가 정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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