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재개될 북핵 6자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등 9ㆍ19 공동성명의 이행 조치들을 분야별로 담당할 4~6개의 실무그룹 설치가 논의될 것이라고 미 워싱턴의 고위 외교소식통이 11일 밝혔다.
이 소식통은 이어 “실무그룹은 한반도 비핵화 분야를 기본으로 하고 대북 경제 및 에너지 지원,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와 관련된 대북 금융제재, 북미 국교 정상화, 평화협정 체결 등 관련 분야별로 동시에 설치돼 동시에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각 실무그룹별로 책임자를 두는 등의 6자회담 조직문제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회담에선 북미간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이 영변 5MW 실험용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단을 받아들이면 신뢰회복의 첫 단계 조치로 볼 수 있고 영변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을 완전히 없애버리면 확실한 신뢰구축 조치로 평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무그룹 설치 논의와 관련, 중국은 한반도 평화협정을 다룰 실무회의 등 모두 5개 실무회의를 6자회담 내에 설치할 것을 6자회담 참여국에 제안했다고 일본 요미우리(讀賣) 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5개 실무회의에는 ▦비핵화 ▦북ㆍ미 관계정상화 ▦북ㆍ일 관계정상화 ▦경제ㆍ에너지 지원 ▦(평화협정 등) 지역안전보장 체제 확립 등의 분야를 포함하고 있으며 북미는 이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그러나 워싱턴의 다른 외교소식통은 “6자회담에서 실무그룹 논의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려면 영변 원자로 가동중단 등 초기 이행조치에 대한 북한측의 확실한 약속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번 회담에서 실무그룹 논의가 이뤄지기 위해선 많은 고비를 넘겨야 한다는 얘기다. 또 북한의 최우선적 관심사항은 여전히 BDA 금융제재 해제라는 점에서 미국이 이 문제를 별도로 분리하지 않고 북미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에 포함시켜 논의하려 할 경우 북한의 반발도 예상된다. 역으로 북일 관계 정상화 분야는 일본이 납치자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북한이 이 분야 실무그룹 설치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편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날 AFP 통신과의 회견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핵 6자회담이 2009년 1월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2년 내 북 핵무기 해체의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북핵 관련 혼란스런 용어들
6자 회담 재개로 북한 핵 관련 용어들이 난무하면서 개념이 명확치 않거나 오용되는 경우가 적지않다. 협상 전략상 언론보도에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당사국들의 행태도 이런 혼란을 부채질한다.
사전(선행)조치와 초기조치 북한과 미국의 회담 재개 합의 후 북측이 취할 핵 폐기 관련 조치로 ‘사전조치’라는 용어가 사용됐고 ‘초기조치’, ‘1단계 조치’ 등 여러 용어가 혼용되고 있다. 그러나 회담 또는 5자 당사국의 행동에 앞서 북측이 취해야 할 조치로 여겨지는 사전조치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9ㆍ19 공동성명은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못박고 있어 북측의 핵 폐기 관련 이행조치에 따라 5자 당사국의 에너지 지원 등 상응조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개념화해 ‘동시이행’이라는 표현도 쓴다.
미국이 요구하는 ‘초기’조치는 핵 폐기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북측의 조치, 즉 핵 시설의 가동중단 등을 일컫는 의미로 사용된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초기조치와 상응조치를 포괄하는 의미로 ‘조기수확(Early Harvest)’이라는 말을 썼다.
핵 사찰과 감시활동 일본언론은 이번회담에서 핵 시설 가동중단과 핵사찰 수용 등 2개항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전했지만 이 역시 혼동을 야기한다. 북측이 현단계에서 ‘동결-신고-검증-해체’의 핵 폐기 과정 중 후반부인 검증(핵사찰)를 받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의 핵 동결 감시활동(Monitoring)을 사찰로 오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핵사찰은 신고된 핵 관련 시설 및 의혹시설과 핵개발 프로그램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광범위한 확인 작업인 반면 감시는 가동중단상태를 지켜보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