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안면도의 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안면도의 밤

입력
2006.12.11 23:54
0 0

안면도의 밤 바닷가. 구두 바닥 너머로도 그 보드라움이 느껴지는 흙모래를 살강살강 밟으며 걸었다. 흑요석 같은 하늘엔 총총총총총 총총총! 별이 박혀 있었다. 그 별들이 쓸리며 부딪치는 듯한 파도소리, 서늘한 바람. 바닷가에는 나와 내 친구들밖에 없었고, 언제까지라도 걷고 싶었다.

바닷바람을 흠뻑 쐬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한 친구가 술 생각난다고 통닭을 사가자 했다. 그런데 횟집 간판들만 즐비하고 통닭집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대형 마트에 들어가 닭 대신 돼지고기를 샀다. 집에서보다 더 반찬이 많은 만찬을 차려 즐겼다.

이윽고 취침시간. 세 사람은 큰방에서, 나는 주방에서 자기로 했다. 화장실이 딸린 작은 방은 공공의 편리를 위해 비워 두기로 했다. 그런데 먼저 큰방에 들어간 친구가 "너네 큰일났다!"고 외치며 나왔다.

침대를 쓸 사람 외 세 명의 잠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장롱에 한 사람, 즉 자기 몫의 이부자리밖에 없다는 것이다. 달려가 보니 요 세 장과 이불 한 장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또 이불이 덮여 있었다. 자기는 몸이 배겨서 그렇게 깔고 자야 한다고 부르짖는 그에게 침대를 쓰라 하고 우리 셋은 이부자리를 사이 좋게 나눴다.

시인 황인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