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의 밤 바닷가. 구두 바닥 너머로도 그 보드라움이 느껴지는 흙모래를 살강살강 밟으며 걸었다. 흑요석 같은 하늘엔 총총총총총 총총총! 별이 박혀 있었다. 그 별들이 쓸리며 부딪치는 듯한 파도소리, 서늘한 바람. 바닷가에는 나와 내 친구들밖에 없었고, 언제까지라도 걷고 싶었다.
바닷바람을 흠뻑 쐬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한 친구가 술 생각난다고 통닭을 사가자 했다. 그런데 횟집 간판들만 즐비하고 통닭집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대형 마트에 들어가 닭 대신 돼지고기를 샀다. 집에서보다 더 반찬이 많은 만찬을 차려 즐겼다.
이윽고 취침시간. 세 사람은 큰방에서, 나는 주방에서 자기로 했다. 화장실이 딸린 작은 방은 공공의 편리를 위해 비워 두기로 했다. 그런데 먼저 큰방에 들어간 친구가 "너네 큰일났다!"고 외치며 나왔다.
침대를 쓸 사람 외 세 명의 잠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장롱에 한 사람, 즉 자기 몫의 이부자리밖에 없다는 것이다. 달려가 보니 요 세 장과 이불 한 장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또 이불이 덮여 있었다. 자기는 몸이 배겨서 그렇게 깔고 자야 한다고 부르짖는 그에게 침대를 쓰라 하고 우리 셋은 이부자리를 사이 좋게 나눴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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