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외교안보정책의 상징,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11일 공직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현직에 오른 지 10개월 만이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으로 현 정부에 들어온 때부터 따지면 3년10개월 만이다.
그는 차관급 NSC 사무차장에 불과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은 두터웠다. ‘외교안보 부통령’으로 불리며 한미동맹 현안과 대북정책 전반을 좌우하는 실세였다. 대북화해론자들의 기대와 보수진영의 시기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10월9일 북한 핵실험은 이 전 장관의 입지를 뒤흔들었고, 결국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을 덜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그가 떠나겠다고 한 뒤에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사업 문제 등 대북정책 노선을 둘러싼 사회적 정치적 논란은 계속됐다.
이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11일 직접 쓴 이임사에서 비감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보수진영의 대북정책 비판을 “가슴 아픈 자해행위”라고 표현하며 “참으로 안타깝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또 “대북문제가 진지한 토론과 협의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이념과 정치적 편견에 따른 정치공세의 대상이 되는 것이 오늘의 세태”라고 꼬집었다.
이 장관은 특히 “한반도 문제에서는 언제나 1차적 당사자인 대한민국의 의견이 가장 존중돼야 한다”며 미국을 향해 쓴 소리를 했다. 이 장관은 전 직장인 세종연구소로 돌아간 뒤 당분간 현안에서는 손을 뗄 생각이다.
한편 이날 이재정 민주평통 수석 부의장이 통일부 장관 내정 40일 만에 취임했다. 한나라당이 그를 부적격자 취급하며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신임 장관은 취임사에서 현안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으며 몸을 낮췄다. 기자간담회에서도 6자회담, 남북대화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업무보고를 받고, 전직 장관 등을 두루두루 뵙고, 여러 자문을 받고 (정식) 기자간담회를 갖겠다”고 밝힐 뿐이었다. 다만 그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양쪽 정상에 주어져 있는 책임과 과제”라며 긍정적이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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