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새로운 사업이 뭡니까. 1조가 넘는 돈을 어디에 쓰겠다는 거죠?"
11일 오전 서울시청 기자실. 서울시가 4개년 교육지원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1조4,142억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는 거대한 사업치고는 엉성했기 때문이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남ㆍ북 격차를 없애고 우수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혁신적인 정책을 펼치겠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7월엔 교육지원조례를 제정, 매년 500여억원의 교육관련 예산을 확보했다. 또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국장급 '교육기획관' 자리도 새로 만들어 전문가를 영입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조668억원이 들어가는 '청소년 안전ㆍ복지'분야는 '열린 학교 만들기' '영어마을 조성' 등 기존사업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교육격차 해소 예산(1,034억원) 대부분은 그동안 추진해온 책ㆍ걸상 교체와 화장실 개선사업 등에 쓰인다.
초등학교 주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것은 몇 개월전부터 예고됐던 것이다. 그나마 저소득층 우수학생들에게 안정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만든다는 '서울학사'도 수용인원이 모두 100명에 불과해 형식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임시장때부터 교육부와 줄다리기하던 뉴타운지구 내 자립형 사립고 신설계획은 한 발짝도 나아간 것이 없다. 시는 은평ㆍ길음뉴타운에 자사고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총 1,375억원의 예산을 세웠지만 사실상의 인ㆍ허가권을 가진 교육부는 "자사고 설립은 서울시의 '바람'일 뿐"이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지자체가 새로운 교육정책을 시도하기에는 여러 한계와 고충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정책은 다른 지자체들의 전범이 되는 만큼 치밀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사회부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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