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꺾고 상승 기류를 타고 있는 ‘베어벡호’가 ‘중동의 복병’ 이라크를 제물 삼아 결승 진출을 노린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2일 밤 10시(이하 한국시간) 알가라파경기장에서 열리는 제 15회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전에서 이라크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B조 조별리그에서 졸전을 거듭했던 한국은 북한과의 8강전에서 일신한 경기력을 보이며 20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전망을 밝혔다.
소집 훈련 기간 부족으로 인한 조직력 부재로 고전하던 한국은 이제야 선수들의 손발이 들어맞기 시작하며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전에서 공수에 걸쳐 한국 축구 특유의 빠르고 조직적인 플레이가 전개됐고 ‘약속된 플레이’로 두 골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선수 개개인도 나아진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부진했던 염기훈(전북), 이천수(울산) 등 측면 공격수들이 예리함을 되찾았고 중앙에서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잡아줄 김두현(성남), 이호(제니트)도 공격, 수비진과의 호흡이 맞아 들어가며 한결 좋아진 기량을 보이고 있다. 김치우(인천), 오범석(포항)의 좌우 윙백은 위력적인 중거리포를 터트리는 등 공격 가담력이 돋보인다.
베어벡 감독은 북한전에 내세운 선발 라인업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과 정조국(서울) 중 누구를 원톱으로 내세울 지와 무릎 부상에서 회복 중인 김동진(제니트)의 기용 여부 정도가 베스트 11 선정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1차 예선을 거쳐 힘겹게 준결승까지 올라온 이라크의 실력은 베일에 싸여 있지만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2-1로 꺾은 것을 감안할 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대다.
특히 전화(戰禍)에 시달리는 동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이라크 축구 대표팀은 이런 ‘불굴의 투지’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4강에 오르는 대이변을 연출한 바 있다.
한국과 이라크의 23세 이하 대표팀의 격돌은 2004년 4월 서울월드컵경기장 친선경기 이후 처음이다. 2004년에는 김동현(루빈)의 결승골로 한국이 1-0으로 승리했다. 아시안게임에서의 대결은 1974년 테헤란대회에서 1-1로 비긴 후 32년 만이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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