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경제통합을 주도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인도와의 자유무역협정(FTA) 교섭을 이르면 다음달부터 정식으로 시작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5일 방일하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FTA 교섭 개시에 합의할 예정이다.
일본은 또 지난 주 호주와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을 위한 교섭을 시작한다는데 사실상 합의했다. FTA가 단지 통상 장벽을 제거하는 것과는 달리 EPA는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인적자원 교류 등 폭 넓은 경제활동을 규정하는 협정이다.
이는 일본이 제창한 ‘아시아 EPA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발걸음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 8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한중일 경제장관 회의에서 인도,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하는 아시아 EPA 구상을 제안한 바 있다. 일본은 우선 각국의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동아시아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창설한 후 여기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2010년까지 각국과의 EPA 협상을 완료하겠다는 생각이다. 인도와의 FTA, 호주와의 EPA 체결은 아시아 EPA를 실현하기 위한 선결과제다.
일본이 인도, 호주와의 협상을 본격화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경제적 관점에서 10억의 인구를 갖고 있는 인도는 중국에 버금가는 거대 시장이다. 특히 IT분야에서 아시아의 선진국인 인도와의 관계 강화는 일본에게 중요한 국익이다. 고도성장을 거듭하는 인도에 대해 라이벌인 중국이 이미 지난해 FTA 교섭을 시작하는 등 적극적인 것도 일본을 서두르게 만든 요인이다.
호주는 농산물을 비롯해 석탄 철광석 우라늄 천연가스 등이 풍부한 자원대국이다. 일본의 에너지정책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큰 나라이다.
또 하나는 정치ㆍ외교적 측면이다. 아베 총리는 여러 차례 미일 동맹을 바탕으로 인도 및 호주와의 관계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생각을 밝혀왔다. 안전보장면에서 인도 및 호주와 확실하게 손을 잡아 두는 것이 불가결하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협상 전망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인도는 IT인력, 호주는 농산물 등 민감한 분야에서 일본의 개방을 집요하게 요구할 것이 확실하다. 특히 대대적 농산물 개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호주와의 협상 개시 방침에 대해 일본 국내에서는 벌써 강한 반대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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