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공기업인 한국전력 주택공사 토지공사 도로공사 등 14개 정부투자기관의 지난해 경영성적표는 평균 C학점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수 공인회계사 등 각계 전문가 49명으로 구성된 경영평가단의 결론이다.
윤리 혁신 인사 조직 생산성 등 각 부문에서 D 혹은 F가 수두룩했던 이전에 비하면 크게 개선됐지만, 민간기업의 잣대로는 용납될 수 없는 특혜적 기득권과 도덕적 해이가 아직도 곳곳에 숨어 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연례 경영평가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지적돼온 과다 임금인상, 특혜 대출, 선심성 해외출장 및 연수, 임직원 자녀 입사 우대 등의 그릇된 관행은 여전했다. 경영진과 노조가 공생ㆍ기생의 이해관계로 얽힌 공기업에서 이런 사례가 특히 많았다.
또 업무추진비와 접대비를 과잉 계상해 편법으로 운영하는가 하면,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추지 못한 비상임 이사를 허수아비처럼 앉혀놓고 주요 의사결정을 경영진 입맛대로 밀어붙인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경영목표와 업적평가 등을 타당한 근거 없이 뻥튀기하거나, 국민의 세금인 재정으로 적자를 메우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이다. 나중에 문제가 되더라도, 일단 실적을 부풀려 성과급을 올려 받고 자리도 보전하고 보자는 잔꾀에 다름 아니다. 내부규율이 이렇게 흐려지다 보니 공사수주나 채용 등 업무와 관련된 임직원들의 비리도 적잖이 드러났다.
공기업의 내ㆍ외부 견제ㆍ감시시스템 부실과 조직이기주의는 비판하는 것조차 지겹고 입이 아프다. 당사자들은 저마다의 설립목적과 공익성 등을 앞세워 수많은 변명을 늘어놓겠지만 생산성과 효율성을 결여한 조직이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얼마 전 한 강연에서 공공부문의 비효율 원인으로 주인의식ㆍ경쟁ㆍ경영마인드ㆍ비용 개념 부족을 꼽은 뒤 과감한 민간 이양과 투명성 제고, 정확한 정책평가와 신상필벌, 전문적 담당관제 정착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모두가 선망하는 일자리를 지키려면 그에 걸맞은 절제와 책임이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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