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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영어교육 혁신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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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영어교육 혁신하려면

입력
2006.12.1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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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에서 열린 두 차례의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하나는 두바이에서 열린 경제관련 세미나였고, 하나는 서울대에서 열린 조기유학 주제의 학술 세미나였다.

두바이는 서울시보다 조금 작은 면적에 150만명 가량의 인구가 살고 있다. 황량한 사막과 뜨거운 태양, 70㎞ 길이의 해변이 관광자원의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자연조건이 열악하다.

이런 두바이가 지금 외국 관광객과 기업인들로 초만원이다. 두바이의 관광객은 지난해 600만명을 돌파했다. 2018년까지 연간 관광객 1억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중동지역을 대표하는 기준 유종(油種)을 생산하고 있지만, 원유로 벌어들이는 돈은 GNP의 5%에 불과하다. 반면 관광수입이 전체 GNP의 30%를 넘는다.

사실상 관광국가인 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602만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바이의 관광객 유치전략이 얼마나 성공적인지를 알 수 있다.

두바이는 2003년 IMF 총회 개최를 계기로 중동의 금융허브로도 떠올랐다. 여러 가지 성공요인이 있겠지만, 현지 외국인들은 호텔 병원 등 어디를 가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외국인들이 사업하고 생활하고 즐기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는 것이다. 두바이의 공용어는 아랍어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많은 국제금융센터 등에선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 영어교육도 일반 국민들이 외국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영어 구사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98년 설립된 자이드대는 40개 국적의 교수가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 미국과 영국계 등 외국인 학교도 78개나 된다. 이러다 보니 9ㆍ11 테러 이후 미국 유학을 주저하는 아랍의 부유층 자제들이 두바이로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한국처럼 온 국민이 영어에 몰두하는 나라도 흔치 않다. 작년 1년 동안 영어 사교육에 들어간 비용은 15조원으로 추정된다. 국내의 토익시험 응시인원은 인구가 우리의 2.5배 규모인 일본보다 많다.

그런데도 영어 구사능력은 아시아에서 꼴찌 수준이다. 문제는 자명하다. 사회는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영어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런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는 극히 드물다. 그렇다고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교육 기득권 집단 때문에 외국인학교나 국제학교를 세우기도 쉽지 않다.

조기교육 세미나에 참석한 시민ㆍ학부모 단체와 학계 인사들은 하나같이 이제 듣기에도 진부한 '공교육 정상화'를 외쳤다. 공교육 환경이 개선되면 조기유학을 그만 두겠다는 학생들이 60% 이상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우리 영어교육의 문제는 결국 가르치는 사람의 문제이다. 교육당국은 영어교사들의 수업능력을 평가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교사들을 솎아 내야만 한다.

영어교사 양성방법도 바꿔야 한다. 사범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영어교사의 90% 이상이 문학이론 전공자들이다. 영어교사를 양성하는 대학 교수들 자체가 난해한 영문학 이론이나 추상적인 교수법을 한국어로 강의하고 있으니, 영어교사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게 당연할 수밖에 없다.

두바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실패한 교육당국과 그동안 부실한 영어교육을 주도해온 영어 전문가들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들이 영어교육의 실패를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는 사이, 지금도 매달 4억 달러에 가까운 외화가 조기유학ㆍ연수 비용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고재학 기획취재팀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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