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 친노진영이 비상대책위의 설문조사 방침에 대해 연일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내는 이유는 뭘까.
복수의 비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논의된 설문조사의 주요 내용은 통합신당 추진 여부를 포함한 당의 진로, 전당대회의 성격ㆍ의제, 비대위의 역할과 해산 여부 등이다. 주관식 2문항을 포함해 전체 문항 수는 7~8개라고 한다. 11일 오전 비대위가 초안을 확정한 뒤 중앙당 전략기획팀이 세부 문안을 다듬고 있다.
당의 진로와 관련, 비대위가 준비한 객관식 질문의 답변 항목에는 ‘당 내외 세력의 대단합을 이루는 통합신당에 찬성한다’, ‘재창당에 버금가는 당의 혁신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등 민감한 대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신당파 의원이 압도적 다수인 점을 감안하면 친노진영이 “설문조사를 토대로 당의 진로를 결정해선 안된다”고 반발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비대위는 전대의 성격 및 의제에 대해서도 객관식으로 물었다고 한다. 답변 항목에는 ‘신당 추진을 위한 지도부 합의추대’, ‘당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지도부 선출’ 등 신당파와 친노진영의 주장이 고루 명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대 준비 주체를 묻는 객관식 질문도 포함됐다. 다수가 별도의 준비기구 구성을 원할 경우를 상정해 비대위의 이후 역할은 주관식으로 물었다. 비대위 내에선 곧바로 해산 절차에 들어가자는 쪽과 최소한의 일상 당무를 처리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나뉘어 있다고 한다.
관심을 모았던 노무현 대통령의 거취 문제는 질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친노진영 의원 15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설문조사의 공정성ㆍ객관성에 거듭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의견 수렴 정도라면 반대하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섰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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