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칠레 대통령이 10일 심장질환 합병증 등으로 91년의 일기로 사망했다.
1973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뒤 90년까지 칠레를 이끌었던 그는 ‘독재자’와 ‘경제 부흥가’의 상반된 평가를 받는다. 개발도상국으로서 경제성장을 위해 민주주의를 희생할 수 밖에 없었느냐 하는 것이 쟁점이다.
그러나 피노체트의 집권의 공과는 부정적인 측면이 앞선다. 남미의 친미 정권 성립 차원에서 피노체트를 지원했던 미국도 이날 백악관 논평을 통해 “칠레에서 피노체트 독재는 이 나라 역사에서 가장 힘든 시절 중 하나를 대표한다”며 “오늘 우리의 생각은 피노체트 집권기간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과 함께 한다”고 말했다.
피노체트의 사망에 대해 국내 반응은 싸늘했다. 측근들이 국장(國葬)을 주장했지만 현 정권은 이를 거부했다. 피노체트 집권시설 고문을 받았던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피노체트 장례 절차에 대해 언급을 않으면서 불쾌한 속내를 드러냈다.
수도 산티아고에선 수천 명의 시민들은 이탈리아 광장 등으로 몰려나와 춤을 추면서 피노체트의 사망에 흥겨워했다. 시민들은 국기를 흔들고 차량 경적을 울리면서 피노체트의 사망이 과거 군부독재 유산으로부터 칠레의 해방을 알리는 것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좌ㆍ우익 정당들도 모두 이날 피노체트 사망 소식에 그가 각종 인권유린 사건으로 처벌되기 전 사망했다는 데 유감을 표명하면서 “유혈적 독재자의 사망에 결코 아쉬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73년 살바도르 아옌데 좌파정권을 쿠데타로 전복한 피노체트는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90년까지 17년 동안 공식 보고서 집계로만 3,197명을 정치적 이유로 살해했으며, 1,000여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며 수천명이 불법 감금된 채 고문 당하고 강제 추방됐다.
피노체트의 악행은 88년 집권 연장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부결되고 이듬해 12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파트리시오 아일윈 후보가 당선되면서 종언을 고했다. 피노체트의 몰락은 98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그가 전격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수많은 단체로부터 인권유린 혐의로 기소된 그는 재판정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질병을 내세웠지만 2004년 미국 내 비밀계좌가 폭로되면서 칠레 법원은 결국 인권유린 혐의로 그를 전격 기소했다. 피노체트는 지난달 ‘정치적 책임’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뒤 91세 생일을 맞은 지 얼마 안돼 눈을 감았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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