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정부투자기관들이 지난해 소속 직원들에게 자녀 입사우대, 주택자금 저리대출, 선심성 해외출장 등 부적절한 특혜를 줘온 사실이 적발됐다. 특혜성 저리대출은 감사원 지적을 받고도 고치지 않은 채 버텨왔으며, 정부의 지침을 어기면서 직원들의 임금을 과도하게 올린 사실도 드러났다.
또 공무원ㆍ정치인 출신 등 낙하산 인사로 인해 비상임 이사가 전문성이 거의 없는 인사들로 구성된 기관도 있었고, 생산성 향상 등에 대한 고민 없이 정부지원에만 의존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폐해도 지적됐다.
11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49명으로 구성된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단은 지난 10월 제출한 14개 정부투자기관들의 2005년도 경영실적에 대한 평가보고서에서 이 같은 사실을 상세히 지적했다.
우선 농수산물유통공사의 경우 직원 1인당 주택자금, 학자금 대여금이 정부투자기관 중에서 가장 높았다. 주택자금 등의 대부이자율을 국민주택기금대출금리 수준으로 조정하라는 정부의 정부투자기관 예산편성지침까지 위반했다. 또 지나치게 많은 수의 직원이 선심성ㆍ일회성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수자원공사는 공사의 노조위원장과 사무처장이 인사청탁 등의 명목으로 직원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는 문제가 드러났다. 또 직원 자녀를 입사시 우대하는가 하면, 과도한 해외연수, 휴대전화 요금 지원 사실도 드러났다.
윤리경영 수준이 총체적으로 떨어졌다는 평가다. 특히 총 13명의 이사 가운데 7명인 비상임 이사에는 전직 관료, 정치권 인사 등이 포함돼 전문성은 물론, 중립성 측면에도 문제가 있었다. 1인당 인건비 상승률은 4.11%로 정부지침(2.0%)을 크게 초과했다. 조폐공사도 1인당 인건비 상승률이 7.2%에 달해 과도한 인건비 상승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접대비 등 업무추진비가 과다하게 편성된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비상임 이사에게 안건을 사전에 보고하지 않고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아, 비상임 이사들이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폐해가 나타났다.
석탄공사도 공무원ㆍ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비상임 이사에 포함되는 등 비상임 이사 가운데 업무와 관련해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석유공사는 임원이 하청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사실이 적발됐고 비축석유 감시원이 석유를 빼돌리는 비리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임직원에 대한 특혜성 대출금리에 대해 다른 19개 공사와 함께 감사원으로부터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 수준으로 조정하도록 지적을 받았으나 이를 시정하지 않았다.
성과에 대한 과대포장과 허황된 사업계획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관광공사는 외국인 관광객 600만명 유치 달성이 마치 공사의 실적인양 적시했고 9억원의 예산으로 6만명의 외래관광객을 유치해 90배의 투자수익률을 창출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고 평가단은 지적했다.
한국전력은 2015년에 기업가치를 50조원으로 끌어올린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광업진흥공사는 2015년까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올해보다 수십 배에 이를 것으로 제시했으나 정부지원 등 불확실한 요소에 근거해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농촌공사의 경우 지금까지 농업생산기반 정비사업 등에 막대한 정부예산을 투입했으나 누가, 얼마만큼의 수혜를 받았는지 효과를 분석하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농촌공사는 유지관리 인력이 초과돼 있고 정원외 인원이 두 배로 증가하는 등 구조조정 노력이 미흡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철도공사는 노조전임자수가 64명에 이르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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