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친구들과 안면도에서 보냈다. 금요일 오후 3시 우리 집 앞에 모였는데 3시30분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서울을 벗어나기까지 차가 밀릴 때마다 “너 때문에!”라는 원성을 들었다.
반대를 무릅쓰고 내가 주문한 포장 도가니탕이 늦게 배달됐던 것이다. 톨게이트를 지나자 길이 뻥 뚫렸다. 휴게소에 들러 우동 한 그릇씩을 먹고 남으로 서(西)로 달렸다. 서해대교 가까이부터 낙조가 일품이었다. 그 시간 그 하늘 밑을 지나는 건 다 내 덕분이라고 으스댔다.
안면도에 접어들자 날이 완전히 저물었다. 숙소를 예약한 친구가 약도를 보면서 찾아가는데 온갖 숙박업소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길가에도 물가에도 숲 속에도 어둔 벌판 저 너머에도. 오솔길을 지나 ‘시애틀 팬션’에 도착했다. 안내를 받아 작은 이층집의 위층 현관을 열고 들어서니 퍽 좁아 보였다.
우리는 식탁이 놓인 좁은 주방 바닥에 잠시 황망히 앉아 있었다. 그래도 퀸 사이즈 침대가 놓인 커다란 방에 작은 방이 하나 더 있었고, 화장실 겸 욕실은 꽤 널찍했다. 바비큐 테이블이 있는 베란다도 넓어서 추운 날씨만 아니면 요긴히 쓰일 듯했다. 6시30분. 우리는 일단 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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