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같은 고유가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옛날 같은 저유가도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최대 외부 변수인 유가에 대한 내년도 전망은 이같이 요약된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국제원유 평균가격이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는 대략 배럴당 60달러대 초ㆍ중반 △우리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는 대체로 50달러대 중ㆍ후반에서 움직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와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세계적 유가 전망기관인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는 내년 두바이유를 평균 55.5달러로 예상했으며, 세계에너지연구소(CGES)와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브랜트유와 WTI 기준으로 60~66달러를 점쳤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재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인들도 내년 유가를 두바이유 기준 56.2달러 정도로 전망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에는 비(非)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의 생산증가 등으로 인해 원유 수요보다 공급이 더 빨리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이 같은 수급여건 개선으로 올해 평균 가격보다 다소 낮은 배럴당 58달러선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조승형 조사총괄팀장도 “OPEC 이외 국가의 원유생산이 증대되는데 비해 세계 경제의 성장세 감속으로 원유 수요는 다소 둔화될 전망”이라며 “원유시장에 유입됐던 투기성 자금도 최근 급속하게 빠져나가는 추세여서 향후 국제유가가 대체로 안정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체적 관측에도 불구하고 유가불안요인과 상승압력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우선 중국으로 대표되는 개발도상국들의 원유 수요가 여전하다. 적어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까지는 중국이 계속 ‘세계원자재의 블랙홀’이 될 것이란게 일반적 시각이다.
달러화의 기조적 약세도 유가불안요인이다. ‘약(弱)달러’가 지속되는 한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자자본들에게 원유ㆍ원자재는 여전히 달러를 대체할 유력한 투자대상이다. 더구나 달러화로 수출대금을 받는 산유국들로선 달러화 약세에 따른 실질수입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고유가전략을 지속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정정불안은 언제라도 유가를 급등시킬 수 있는 잠재적 시한폭탄들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와 관련, “내년에도 유가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라며 “돌발사태가 발생하고 만약 내년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85달러에 이를 경우 3차 오일 쇼크가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 조사팀장은 “산유국들의 공급 능력 증가 등 수급여건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유가가 올해보다 다소 안정된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배럴당 20~30달러선의 저유가 시대로 회귀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한 만큼 기업들도 이 같은 기조하에서 원자재 수급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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