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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장수의 뒤통수 치지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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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장수의 뒤통수 치지말라

입력
2006.12.10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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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한국측 야전사령관인 김종훈 수석대표는 자신을 종종 산양에 비유한다. 해발 600m가 넘는 바위산의 가파른 벼랑을 타고 다니는 산양은 높은 곳만 보면 오르려는 기질이 있다. 김 대표도 산을 좋아해 절벽타기를 즐기고 경기 가평군 유명산에서 뛰어내려 바람이 좋은 날엔 경북 문경까지 날아가는 패러그라이딩 마니아다.

5차례의 협상은 지위한 김 대표로서는 자신이 목표로 하는 산 정산의 중간 정도 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국측이 이번 협상에서 무역구제와 관련해 미국 반덤핑 제도의 5가지 개선안을 내놓고 협상 중단까지 불사하며 미국을 강하게 압박한 것도 정상을 오르기 위한 몸부림으로 비쳐진다. 김 대표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연말 미 무역대표부(USTR)가 의회에 제출하는 연례 보고서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협상 자체만으로도 흠뻑 땀에 젖는 김 대표는 요즘 목전에 또 다른 산을 마주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FTA 협상단 일괄 교체설이 바로 그것이다. 5차 협상이 끝난 현재 이렇다 할 진전 없이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는 협상 분위기의 반전을 위해 협상단 고위 책임자를 산업분야에 정통한 인사로 교체함으로써 협상에 탄력을 줘야 한다는 것이 그 명분이다.

또 하나의 루머는 그가 조만간 공석이 될 제네바 대사로 자릴 옮길 것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일이 힘들다고 자진해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상이 막판으로 치닫는 내년에는 더욱 처절한 대회전이 예상된다. 양측 모두 국익에 이로운 것을 더 얻어내기 위해, 또 국민과 국회를 설득해 동의를 구하기 위해 배수진의 자세로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지가 저기인데 장수의 뒤통수를 뜬금없이 치는 우는 피해야 한다. local@hk.co.kr

협상 타결의 호 불호를 떠나 협상이 국익에 도움이 되게 하기위해선 우선 협상단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협상장 밖의 산이 높으면 협상장의 산은 오르기가 너무 힘들어 보인다.

산양은 빙하기의 혹독한 환경까지 극복해 인류학자들은 산양을‘살아있는 고대 동물’ 또는‘화석 동물’로 부른다.

그런 그가 한미FTA 5차 협상이 열린 미국 몬태나주의 고산지역 빅스카이에 위치한 해발 2,000m의 론픽 정상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꼭 오르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목소리가 아직은 청와대를 흔들 만큼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김 대표 역시 이를 한 낯 시샘과 질투로 받아들이는 표정이다.

빅스카이=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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