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광인 김재한(31)씨는 요즘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거의 찾지 않는다. 그는 직장 내 요트동호회 열성회원으로 거의 주말마다 요트경기장을 찾았지만 지난 여름 시설 노후화와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불편을 겪은 후로는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수영만은 요트를 즐길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며 “세계 각국이 요트 등 해양스포츠를 관광산업으로 육성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데 정작 부산은 천혜의 입지조건과 시설을 갖추고도 이를 내팽개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86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에 대비해 조성한 수영만 요트경기장이 올해로 개장 20주년을 맞았지만 시설노후화와 관리부실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수영만매립지 13만8,551여㎡(해상 9만2,242㎡ 별도)에 들어선 요트경기장은 올림픽 이후 2002부산아시안게임을 제외하면 연간 5회 안팎의 군소 국내외 경기만 열릴 뿐 대부분의 시설이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다.
요트 430여척을 수용할 수 있는 8곳의 계류장은 대부분 낡고 좁아 이용이 불편하고 요트 등을 육지와 해상으로 옮기는 크레인(3개)도 소규모라 길이 7~8m, 5톤 이상은 옮길 수 없다.
요트경기 관련단체 등이 들어선 관리동 내 식당과 매점 등 각종 편의시설도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이용객들의 불평을 사고 있다.
이로 인해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요트경기장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계류장에는 비닐봉지나 휴지 등이 널려 있고 기름띠까지 자주 목격된다.
부산요트협회 유재동(50) 부회장은 “선수는 물론 동호인들이 요트를 즐길 수 있는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관리동도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관리 부실에 따른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요트 정박자들로부터 징수하는 계류비(월 10만~20만원) 체납액이 2002년 이후 1,690여건, 2억6,000만원에 달한다. 여름철에는 모터보트 운영업자의 불법 영업행위 등도 기승을 부린다.
사정이 이러하자 부산시가 다급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그 동안 시설관리에 급급했던 부산시는 최근 2009년 세계요트연맹(ISAF) 연차회의 개최를 앞두고 뒤늦게 15명의 ‘요트경기장 운영활성화 자문단’을 구성하고 낡은 시설 재건축과 민간위탁 관리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부산시와 관할 해운대 구청이 요트경기장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해 5차례나 용역과 자체검토에 나섰지만 번번이 흐지부지 됐던 전력이 있다.
부경대 지삼업(57ㆍ해양스포츠학과) 교수는“최근 세계적으로 해양스포츠 관광이 각광을 받고 있다”며“경기목적으로 만들어진 태생적 한계는 있지만 이제는 용도전환을 통해 해양스포츠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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