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도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폐막했다. 지난 4일부터 미국 몬태나주의 빅스카이에서 닷새간 진행된 5차 협상은 무역구제 의약품 자동차 농산물 등 핵심 쟁점 분야에서 발목이 잡혀 답보를 거듭하다 8일(현지시간) 경쟁분과를 끝으로 일정을 모두 마쳤다.
한미 양측은 내년 1월 15일 6차 협상을 한국에서 열기로 했다. 차관보급으로 대표가 격상된 섬유분과도 한국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장소는 합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5번의 협상을 통해 연내에 마무리하기로 했던 한미 FTA 협상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태여서 협상의 추가 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월 7차를 거쳐 3월에도 8차 협상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내년 3차례에 걸친 막판 협상을 통해 주요 핵심 분야인 농산물과 섬유, 무역구제와 자동차, 의약품 분야 등에서 최종 절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5차 협상을 마친 김종훈 한미FTA 한국측 수석대표는 9일 미 몬태나 주 보즈만 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지금 같은 협상의 진도라면 내년 1월15일 한국에서 열릴 6차회담에 이어 2월과 3월 치열한 막판 협상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그만큼 많이 남았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연말까지 첫번째 넘어야 할 산은 역시 무역구제 분야”라며 “미국측이 5차 협상에서 한국이 요구한 무역구제 관련 5가지 반덤핑 개선안의 내용을 연말까지 제출하는 의회보고서에 포함시킬 지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역구제 협상에서 한국측이 던진 승부수를 5차 협상의 진정한 성과로 꼽았다그는 “이젠 공이 미측에 넘어간 이상 연말까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의 주시하며 내년에 열릴 6차 협상의 전략을 강구할 것”이라며 “웬디 커틀러 미 수석대표는 이제 ‘양날의 칼’을 쥔 셈”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한미 양국은 5차 협상에서 이렇다 할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핵심 쟁점들을 고스란히 6차 협상으로 넘기고 말았다. 미측이 연말까지 무역구제 분야에서 먼저 양보하는 결단을 내린다면 내년 1월에 열리는 6차 협상에서 한국측은 미측의 관심사인 자동차와 의약품 분야에서 화답의 미덕을 보일 가능성은 높다. 협상이 급 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커틀러 미측 대표는 “5차 협상에서 자동차의 경우 양국이 쟁점 사항들을 모두 다뤘지만 한국이 양측간 이견을 좁힐 새로운 제안을 갖고 오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는 배기량 기준 세제개선 등 미측의 요구에 대해 한국이 카드를 보여줄 때가 됐다는 의미다. 세제개편 불가의 원칙을 고수해온 한국도 김종훈 수석대표가 8일 결산 브리핑에서 “서로 풀어갈 것은 풀며 협상의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며 “협상 전반의 진전을 봐가며 양측의 득실을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고 상호 교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측은 의약품 분야에서도 연말 보험약가 적정화 방안이 시행되더라도 추후 합의사항은 추가로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향후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연말 무역구제 분야에서 미국이 보여줄 결단에 따라 향후 협상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한미양국은 내년 1월에 열릴 6차 협상 전까지 대다수 분과에서 전화나 영상 회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속도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또 김종훈 대표와 커틀러 대표간의 접촉도 늘어나고, 양국 고위급 관료들의 방문 협의도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분야에서도 고위급 협상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을 것으로 보인다. 커틀러 대표는 “카를로스 구티에레즈 미국 상무부 장관이 내주 중 방한, 미국의 협상의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미측의 관심 분야인 자동차와 의약품 협상을 중단시켜 협상전체를 파행으로 이끌었지만 미측에 무역구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 내심 만족감을 표시했다.
빅스카이=장학만기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