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로 경질되는 도널드 럼스펠드(74) 국방장관이 9일 이라크를 깜짝 방문하는 등 펜타곤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럼스펠드 장관은 사임 발표가 나온 지 꼭 한달 만인 8일 국방부 직원들에게 고별 연설을 한 뒤 곧장 이라크로 향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9일 이라크 안바르주 알 아사드 공군기지를 방문, 1,200여 병사들에게 “미 군대의 진정한 강인함은 병사 여러분의 가슴과 애국심에 달려있다”며 “지난 6년간 지구에서 최강의 군대와 함께 복무하는 행운과 권리를 누렸다”고 말했다. 그는 “제 2, 3의 9ㆍ11테러로부터 미국민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며 “적은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2003년 개전 이후 럼스펠드 장관의 이라크 방문은 모두 15번째다. 조지 W 부시 정권의 이라크 정책을 주도한 당사자로서 고별 인사를 하러 간 셈이다.
럼스펠드 장관은 이라크로 떠나기 전 펜타콘에서 수백명의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6년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았다. 18일 후임 로버트 게이츠 장관 지명자의 취임을 앞두고 미리 고별사를 한 것이다. 럼스펠드 장관은 부시 대통령이 국방장관 교체를 발표한 뒤 그동안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주 발표된 이라크연구그룹(ISG)의 정책보고서를 의식한 듯 이날만큼은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소신을 거듭 주장하는 한편 이라크전 비판 여론에 대한 섭섭한 감정도 솔직히 내비쳤다.
우선 럼스펠드 장관은 미리 준비한 연설문에서 6년 재임 동안의 성과를 꼽으며 “이라크에서의 전쟁은 군사적으로 승리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인내하고 영향력을 지속한다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직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이라크에서 미군의 완전 철수를 권고한 ISG 보고서에는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평가한 뒤 부시 대통령은 ISG 보고서와 펜타곤 보고서 등 각종 패널 보고서를 검토, 올해 안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 시절 역대 최연소, 그리고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과 함께 최고령 국방장관에 임명되는 등 이례적으로 두 차례 국방장관을 지낸 럼스펠드 장관으로서는 중간선거 패배에 따른 경질이라는 점에서 불명예 퇴진이다. 이 때문인지 다소 감정이 격해지기도 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국방장관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포로 학대사건이 폭로됐을 때를 꼽았다. 최고의 날로는 “게이츠 지명자가 취임하는 18일부터 일주일간이 될 것”이라며 시원섭섭한 마음을 나타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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