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LG전자(오산) 팬택(김포) 한미약품(화성) 일동제약(안성)의 수도권 공장 증설을 허용키로 하고 내년 2월까지 관련법 시행령을 고치기로 했다고 한다.
9월에 기업환경 개선대책을 발표하면서 밝힌 '선별적 공장증설 허용'방침이 현실화한 것은 때늦으나마 반길 일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극히 예외적 결정임을 강조하면서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금지 원칙은 불변"이라고 재천명한 것은 유감스럽다.
이로 인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하이닉스반도체의 이천공장 증설허용 여부결정은 또 미뤄졌다. 정부는 환경부 등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 연내에 입장을 결정하겠다지만 "하이닉스가 청주를 선택하면 연내에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말로 미뤄보면 속내는 훤히 드러난다.
기존 인프라와 물류비용에서 유리한 곳을 선호하는 기업의 판단보다 지역 균형개발이라는 거대담론적 정권코드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정부의 고심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자칫하면 수십년 간 추진해온 수도권 과밀억제 정책이 허물어진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대기업투자 유치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혁신도시ㆍ기업도시 등의 야심찬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때문에 원칙이나 '선별적 허용'의 기준은 보다 엄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 문제는, 맞지도 않는 옷에 몸을 쑤셔 넣으라는 잘못된 원칙, 융통성 없는 기준의 경직적 운용이다.
하이닉스의 공장증설은 우리경제를 사실상 먹여 살리는 반도체의 부가가치를 확충하기 위한 것이고, 2010년까지 13조 5,000억원을 투자해 6,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두는 대형 프로젝트다. 아울러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산업의 핵심은 원가 절감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는 환경부 등의 반대나 환경관련법 개정의 어려움을 탓하기 전에 제기된 문제를 풀고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하이닉스 역시 중국 이전 등의 엄포만 놓지 말고 환경대책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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