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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나루를 찾아서

입력
2006.12.0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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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 지음 / 서해문집 발행ㆍ296쪽ㆍ1만3,500원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 임은 굳이 건너시고 말았네…’

물길에 지아비를 잃은 아픈 마음이 스며있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는 강과 나루가 삶과 사랑의 한 부분이었음을 보여주는 고대 가요다. 공무도하가는 고려의 서경별곡(西京別曲), 조선의 강호가로 이어지며 나루 노래의 계보를 형성했다.

나루는 노래의 현장이면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성계는 요동 정벌을 위해 의주 나루를 건넜다가 위화도에서 병사를 돌렸고, 인조는 한강 나루 삼전도에서 청에 굴욕적인 화친을 청했다. 한국전쟁 때는 한강과 낙동강의 나루와 포구에서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졌다.

<나루를 찾아서> 는 우리의 삶과 문화가 녹아있는 낙동강 나루에 관한 이야기다. 낙동강 나루는 1,300리나 되는 긴 길이만큼이나 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안고 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100여 곳에서 배가 오갔으나 어느 순간부터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그 안타까운 마음이 책에 들어있다.

나루에는 사연이 많다. 낙동강 예성천 금천의 세 강과 팔공산 학가산 주흘산의 산 줄기가 내려와 만난 예천의 삼강 나루에는 옛 정취를 간직한 주막이 있다. 오가는 손님을 한 잔 술로 위로하던 주모가 지난해 10월 숨진 뒤 주막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다. 어렵게 오남매를 키운 주모의 지난 세월이 쓸쓸한 황토 주막에 묻어있다.

함안 악양 나루는 가요 <처녀 뱃사공> 이 탄생한 곳이다. 1953년 가수 윤항기, 윤복희씨의 선친 윤부길씨가 강을 건넜는데 사공이 놀랍게도 20대 젊은 처녀였다. 뱃사공 오빠가 군대를 가자 늙은 홀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나섰다는 것이다. 윤씨는 오빠를 기다리며 애처롭게 노를 젓던 처녀의 모습을 가슴 속에 품고 있다가 노랫말로 만들었다.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책은 단순한 나루 풍경뿐만 아니라 강에 기대 살아가는 뱃사공과 어부의 이야기, 사라져가는 나루를 되살리려는 작은 움직임 등도 소개하고 있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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