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목사의 뒤를 이어 2년 후부터 신자 수 75만명, 단일 교회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이끌 이영훈(52) 목사가 8일 기자들과 첫 인사를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나성순복음교회를 맡고 있다가 지난달 당회 투표에서 조 목사의 후임으로 선출된 이 목사는 이달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서리로 목회 일을 시작했다. 큰 과오가 없이 2년의 수업기간을 마치면 교회 내 최고의결기구인 공동의회의 승인을 받아 2009년 2월 담임목사로 정식 취임한다.
자신에게 쏠린 기대를 의식한 듯 그는 무척이나 말을 아꼈다. “저는 조 목사님이 맡기신 일을 하는 심부름꾼입니다. 워낙 큰 일을 하셨기 때문에 그 업적을 이어가는 게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정중동, 준비하며 엎드려 있을 때지 제 계획을 말할 단계가 아닙니다.” 그는 당회 투표 당일 LA에서 설교 준비를 하던 중 조 목사의 축하 전화를 받고 당황했다고 한다.“두렵고 떨립니다. 그날 조 목사님의 전화를 받고 기도했습니다. ‘은혜를 주신 것이니 주님의 뜻에 맡깁니다’ 라고.”
4대째 기독교를 믿는 집안에 목사, 장로, 선교사 등 교직자만 10명쯤 된다는 이 목사는 열 살 때인 1964년 당시 서대문에 있던 순복음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국제신학연구원 교육연구소장, 교무담당 부목사 등 순복음교회 내 요직을 두루 거쳤고, 미국과 일본 등에서 다양한 목회 경험을 쌓아 영어와 일어도 잘 한다.
교회의 대형화, 물량주의 경향의 대표 격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비판을 받는 데 대해 그는 “너무 성급한 비판“이라며 “교회의 대형화는 역기능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점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 120년사는 서구 2000년, 미국 400년에 비하면 아직 일천합니다. 그리고 어디서나 교회 부흥 초기에는 양적 팽창이 일어나고, 그 단계를 지나야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지요. 조 목사님이 최근 선교 방향을 개인 구원에서 사회 구원으로 바꾼 것도 이제는 질적 성장을 해야 할 때라고 판단하셨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 교회가 받고 있는 비판이나, 가톨릭 성장에 비해 교인이 줄어든 현상은 구태의연하고 현실에 안주한 교회를 향한 사랑의 채찍질로 알고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있으면, 교회가 자기 반성과 개혁을 통해 고치고 보완해야지요.”
이 목사가 애송하는 성경 구절은 로마서 8장 28절 ‘모든 것이 합력해서 선을 이룬다’이다. “현재 이뤄지는 어떤 일도 하나님 뜻대로 좋게 되어가는 과정이지, 지금의 고난이 끝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조 목사님께 제가 배운 것도 어떤 어려움도, 절망조차, 긍정적으로 보는 자세입니다.”
이 목사는 담임목사 서리로 지난 일요일 첫 설교를 했다. 자신은 서리로서, 심부름꾼으로서 그림자처럼 일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조 목사는 인사권 등 교무와 목회의 상당한 권한을 벌써 이 목사에게 맡겼다고 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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