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ㆍ31 지방선거에서 단체장 공약 1순위였던 영어마을이 뜨거운 감자로 변했다. 사업을 추진하자니 막대한 사업비가 걸림돌이고 포기하자니 주민들의 요구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주민들은 “수도권에 비해 가뜩이나 영어교육에 소외돼 있는 데 영어마을 조성까지 포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 단체장들의 운신 폭을 더욱 옥죄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요구에도 불구, 경제성을 따지는 자치단체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대전시는 막대한 투자 규모에 비해 실익이 적다는 이유로 영어마을 조성을 포기했고 경북도는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2004년 영어마을을 처음 조성한 경기도는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수업료 인상과 기구통합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자치단체들이 이처럼 영어마을 조성을 잇따라 포기하거나 축소키로 함에 따라 영어마을 조성 방침을 밝힌 전국 50여개 자치단체들도 속속 재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후유증과 함께 본격 논란이 예상된다.
대전시는 8일 민자유치를 통해 조성키로 했던 영어체험마을 건립사업을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시는 내년말까지 부지 3,000평에 200명 수용 규모의 영어마을을 만들기로 하고 최근 모 대학과 영어교육업체의 컨소시엄 2곳으로부터 제안서를 접수했다.
그러나 교수와 회계사 등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영어마을선정위원회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에 비해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시는 결국 이를 수용해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가 건립과 운영을 맡고 시가 해마다 15억~20억원의 운영비를 보조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신 원어민교사 확충, 영어교사 연수지원 등의 대안을 찾아 학생들의 영어학습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어마을의 원조인 경기도는 ‘돈 먹는 하마’가 된 영어마을의 군살빼기에 들어갔다. 2004년 최초로 문을 연 안산캠프는 국내외 벤치마킹의 대상이었지만 지난해 182억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올해에는 파주캠프 개원에 따라 적자규모가 332억원으로 확대됐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수원본부와 파주사무처를 통합하는 등 조직을 축소하고 내년부터 수업료를 최고 50% 인상키로 했다.
경기영어마을 관계자는 “영어교육의 새 패러다임을 창출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너무 낮은 교육비 책정으로 과중한 도비 부담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있다”며 “입소 경쟁률이 여전히 30,40대 1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있는 만큼 프로그램은 유지하되 경영수지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영어마을 구조조정의 불똥은 경북도에도 떨어졌다. 경북도는 2008년 영어마을 조성을 목표로 내년 예산 100억원을 편성했으나 도의회가 전액 삭감했다. 경북도의회는 “재정이 풍부한 경기도도 구조조정하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도교육청이 추진중인 폐교를 활용한 소규모 영어마을 활성화가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재정이 열악한 일부 자치단체들도 사업비와 원어민교사 확보난, 운영능력 부족 등을 들어 사업철회를 검토하고 있다.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현재 전국에서 영어마을 건립을 추진 중인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는 50여 곳에 달한다”며 “무작정 남이 하니까 따라 하기보다는 충분한 검토 후에 지역실정에 맞는 영어교육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gcheong@hk.co.kr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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