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물질인 폴로늄210에 중독돼 사망한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부(FSBㆍKGB 후신) 요원 알렉산데르 리트비넨코 사건이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7일 리트비넨코와 런던에서 만났던 러시아 사업가 드미트리 코프툰이 돌연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유력한 용의자 중 한명인 코프툰이 5일부터 사흘간 러시아와 영국 경찰들로부터 조사를 받은 직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코프툰의 변호사 안드레이 로마쇼프는 “그의 중태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해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러시아가 이들 용의자를 영국에 인도할 수 없다고 말해왔던 만큼 코프툰을 용의자가 아닌 피해자로 바꾸기 위한 거짓말을 퍼뜨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코프툰은 FSB 정보요원 출신으로 리트비넨코가 독극물로 쓰러지기 직전 만났다. 그는 지난달 1일 런던의 밀레니엄 메이페어 호텔 바에서 안드레이 루고보이, 바체슬라프 소콜렌코 등 FSB의 전직 요원들과 함께 리트비넨코와 만났다. 이들은 이날 “런던 아스널 예미레이츠 경기장에서 있었던 아스널 대 CSKA 모스크바 프로팀의 축구경기를 관전하기에 앞서 리트비넨코를 호텔 바에서 20분 동안 만났다”고 밝혔다. 리트비넨코는 이후 귀가했다가 쓰러져 지난달 23일 숨졌다.
루고보이는 FSB 간부로 재직할 당시 리트비넨코의 직속 상관으로, 리트비넨코 사망 전에 런던을 세 차례 방문했고, 리트비넨코와 네 차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보건당국은 리트비넨코, 루고보이, 코프툰 등 3인이 지난달 1일 만났던 밀레니엄 메이페어 호텔 바 종업원 7명에게서 폴로늄210 흔적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 규명에 소극적이었던 러시아 검찰은 7일 리트비넨코 사망 사건을 살인 사건으로 규정,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검찰은 사건 현장인 런던에 수사관을 파견해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한편 리트비넨코는 7일 장례식이 치러져 런던 북부의 하이게이트 공동묘지에 묻혔다. 리트비넨코의 아버지 발터는 “리트비넨코가 숨지기 이틀 전 이슬람교로 개종했다”고 밝혔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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