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라톤이 ‘히로시마 전략’과 ‘샌드위치 작전’으로 아시안게임 5연패에 도전한다.
‘히로시마 전략’이란 치밀한 계산 하에 상대의 오버 페이스를 유도하는 작전이다. 한국은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때 이 같은 전략으로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히로시마 대회에 출전한 황영조(36ㆍ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는 ‘일본 마라톤의 희망’히야타 도시유키를 43초 차로 따돌리고 머리에 월계관을 썼다.
황영조는 10㎞ 지점에서 히야타에게 선두를 내준 뒤 줄곧 50~100m 정도 뒤쳐졌다. 그러다가 32㎞부터 스피드를 내기 시작하더니 34.5㎞ 지점에서 마침내 히야타를 추월했다. 황영조는 40㎞를 넘어서면서 차이를 100m 이상으로 벌리며 승리했다. 중ㆍ후반까지 일부러 선두를 내준 뒤 상대의 힘이 떨어지는 시점에서 불 같은 스퍼트로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한국 코칭스태프는 ‘히로시마 전략’ 과 함께 ‘샌드위치 작전’도 구상하고 있다. ‘샌드위치 작전’이란 한국 선수 2명이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앞뒤로 에워싸 페이스를 떨어뜨리는 작전으로, 한국은 아시안게임 4연패를 하는 동안 이 작전을 구사해 왔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김이용(33ㆍ국민체육진흥공단), 지영준(25ㆍ코오롱)과 금메달을 다툴 상대는 일본의 이리후네 사토시, 오사키 사토시와 카타르의 하산 샤미.
특히 ‘마라톤의 나라’ 케냐 출신인 샤미(카타르)는 최대 복병으로 꼽힌다. 샤미는 기록에서 김이용, 지영준을 앞서고 있을 뿐 아니라 우승할 경우 어마어마한 보너스까지 약속 받은 만큼 사기도 높다. 홈팀 선수로 코스를 훤히 꿰뚫고 있다는 것도 강점.
황영조 감독과 정하준 코오롱 감독은 “승부는 2시간11~12분대에서 갈릴 것으로 본다. 상대의 전략에 절대 말려들면 안 된다. 우리는 당초 계획했던 작전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3시1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시내 코니시 해변 순환코스(4회 왕복)에서 열리는 ‘육상의 꽃’ 마라톤에서 한국이 5연패의 위업을 이룰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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