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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살아간다는 것 경쟁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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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살아간다는 것 경쟁한다는 것

입력
2006.12.0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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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융 지음ㆍ유소영 옮김 / 푸른숲 발행ㆍ312쪽ㆍ1만원

애완곤충을 기르는 인구가 우리나라에만 10만~15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 중에는 사마귀를 키우는 사람도 있다는데, 사실 사마귀는 생김새나 성미 등으로 볼 때 별로 친근감이 가지 않는 곤충이다. 삼각형 얼굴과 좌우로 돌아가는 머리, 길게 쭉 뻗은 앞가슴 등판과 가시 많은 앞다리 등 용모가 꽤나 특이하다. 포크 같기도 하고, 톱 같기도 하고, 집게 같기도 한 앞다리로 비슷한 크기의 곤충이라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잡아 먹는 포악한 성미도 놈의 특징이다.

사마귀의 다른 이름은 버마재비다. 범과 아재비(아저씨)가 합쳐진 것인데 범을 닮았다는 뜻이다. ‘버마재비가 수레 가로막는다’는 속담에는 범도 아닌 것이 길 가운데 떡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좀 가당치 않다는 비아냥도 들어있다. 어쨌거나 녀석은 곤충의 범으로 대접 받는다. 앞다리로 상대의 급소를 치고 누르는 사마귀의 공격법을 흉내내 ‘당랑권’(螳螂拳)이라는 권법도 생겼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사마귀는 썩 정이 가지 않는 곤충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출신 화가 겸 작가 류 융(劉埇)은 1995년 여름 집 뜰에서 우연히 사마귀 한 마리를 잡아 애완용으로 길렀다. 이 책은 ‘페티’라고 이름 붙인 그 사마귀를 키운 6개월의 기록이다.

사마귀는 잔인한 놈이다. 한번에 수백 마리가 부화하는데 곁에 있는 형제를 먹으면서 개체를 줄인다. 여기서 살아남은 녀석은 다섯번의 탈피를 거친다. 껍질을 벗으면서 목숨을 잃기도 하지만, 탈피를 무사히 마친 사마귀는 완벽한 신체와 날카로운 무기를 갖춘 사냥꾼으로 거듭난다. 암컷은 교미 직후 수컷을 잡아 먹으며 수컷은 먹히는 순간에도 배를 움직여 정자를 밀어넣는다. 수컷은 암컷이 뱃속에 들어선 후손을 튼튼하게 기를 수 있도록 섭취하는 일종의 영양제다.

페티도 첫날밤 남편을 먹어치웠다. 이렇게 매 단계 악독하게 살아온 사마귀지만, 마지막 순간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는다. 페티는 기운을 잃고 비실비실하다가 따뜻한 겨울 햇살을 받으며 앞다리를 내리더니 고개를 떨어뜨렸다.

류 융은 1년이 채 안 되는 사마귀의 생애를 인간 사회에 투영한다. 둘의 연결고리는 경쟁이다. 사마귀가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킬러가 됐듯이, 인간 역시 경쟁이 숙명이고 본능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사마귀를 통해 세상의 냉혹한 이치를 지나치게 부각했다는 점에서 마음 한편이 불편해진다.

경쟁에서 살아 남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경쟁의 본능만 따른다면 인간과 사마귀가 다를 게 무엇일까. 인간은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본능을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강자, 약자 구별 없이 함께 하는 사회,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적 장치를 만드는 것. 그런 것들이 바로 이성을 지닌 인간이 본능만 따르는 사마귀와 다른 점일 것이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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