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CEO형 무난한 정장'
비디오 시대엔 패션이 경쟁력이다. 큰 꿈을 가진 정치인들도 그래서 신경을 쓴다. 옷을 많이 껴입는 겨울은 패션 감각이 더욱 돋보일 수 있는 계절이다.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된 적이 있는 유력 대선주자 3인의 패션을 살펴봤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30대부터 기업 CEO를 했기 때문에 항상 중후하면서도 무난한 정장 스타일을 유지했다. 튀는 복장이나 명품 등 고급 옷은 의식적으로 멀리했다. 대신 제일모직 등 대중적 브랜드를 선호한다.
정장은 검은색, 쥐색 등 짙은 색을 선호하지만, 와이셔츠는 흰색과 푸른색 계통을 번갈아 입으면서 변화를 준다. 구두는 검은 색 일색이고 넥타이는 붉은 색과 푸른 색이 주종이다.
휴일에는 콤비나 점퍼 차림을 하는데 선글래스나 목도리 등 소품을 이용하는 센스도 있다. 측근들은 이를 ‘CEO형 자유패션’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전 시장은 아침마다 부인 김윤옥씨가 골라준 의상을 거의 그대로 입는다. 이 전 시장이 2005년 ㈜모델라인이 선정한 정치부문 베스트 드레서로 뽑혔지만, 알고 보면 부인이 받아야 할 상인 셈이다.
의상 구입도 김씨의 몫이지만 남다른 고민이 있다. 이 전 시장이 체구에 비해 팔이 긴 편이라 기존에 입던 옷을 들고 가 맞춰 보고 구입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스타일에 앞서 체형에 맞는 옷을 고르느라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을 구석구석 뒤지는 경우가 많다.
맞춤 양복은 치수를 재야하고 나중에 가봉도 하러 가야 하는 등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는 이유로 이 전 시장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박근혜 '우아한 복고풍'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패션은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소탈하지만 우아하고, 복고풍이지만 디테일에선 유행이 살아있다. 그를 오랫동안 여성정치인 ‘베스트드레서’ 로 자리 매김 시켜 온 이른바 ‘박근혜 스타일’이다. 최근 모델라인이 주최하는 ‘코리아베스트드레서상’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어디서 옷을 맞춰 입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청와대 시절부터 해 입었다는 데 유명한 디자이너는 아니더라”고 한 측근 의원은 말했다. 기성복도 자주 입는데 대중적 브랜드다.
옷은 행사일정을 고려해 직접 골라 입는다. 국회에 현안이 있거나 민생 현장을 방문할 때면 ‘전투복’이라 불리는 바지를 입는다.
과감한 상의 컬러로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박 전 대표의 자리이동 소동’이 벌어졌던 7ㆍ11전당대회장엔 빨간색 상의를 입고와 좌중의 시선을 끌고 다녔다.
박 전 대표는 육영수 여사식 올린 머리를 고집한다. 뒷머리를 여러 개의 핀으로 추켜올린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지만, 10여분이면 손질이 끝난다고 한다. 2004년 미국 방문 시 머리 핀 때문에 까다로운 미 국내선 공항 검색대 통과에 애를 먹은 일도 있다.
구두나 핸드백은 명품과는 거리가 멀다. 엘레강스 등 대중적인 국산 브랜드를 선호한다. 박 전 대표는 반지나 귀고리를 하지 않는다. 매니큐어도 바르지 않는다. 가끔 목걸이를 착용하는 게 액세서리의 전부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고건 '안정감있고 중후'
고건 전 총리 모습을 찍는다면 흑백 사진 위에 넥타이 부분에만 밝은 컬러가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주게 된다.
그만큼 고 전 총리는 가장 무난한 검정색 또는 감색 정장을 즐겨 입는다. 와이셔츠 역시 흰색 계열이 주종이다.
구두는 검정색이 아닌 것을 신어본 일이 거의 없다. 전형적인 정치인 패션이다.
포인트를 주는 것이 있다면 넥타이다.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붉은색 계통을 즐기는데, 젊은이들을 만날 때는 밝은 그린(녹색) 계통의 넥타이를 하기도 한다. 겨울 외투도 검정색 계통이 많지만 가끔 자주색 목도리를 착용해 변화를 준다.
결국 고 전 총리의 패션 코드는 ‘안정감’과 ‘중후한 멋’으로 요약된다. 주변에서는 ‘수수함’도 보탠다.
그는 맞춤보다는 기성복을 즐긴다. 갤럭시, 마에스트로 같은 대중적 브랜드를 선호한다. 구두도 금강제화, 에스콰이어 같은 보편적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측근은 “외국의 명품 브랜드를 사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편한 자리에는 넥타이를 매지 않고 색깔 있는 셔츠나 콤비를 입고 나타난다. 평범한 패션 스타일 같지만 ‘베스트 드레서’에 뽑힐 정도로 인정 받는다. 서울시장 시절인 2000년 ㈜모델라인에서 매년 뽑는 베스트 드레서 정치인 분야에 선정된 적이 있다. 코디네이터는 부인 조현숙씨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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