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초등학생 남매에게 ‘아빠 체면’을 살리겠다고 금메달에 애착을 보였던 고(故) 김형칠 선수. 화려한 시상대도 감동적인 애국가도 없었지만 아시아 체육인들은 그에게 ‘명예 금메달’을 수여했다.
8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아시안게임 선수촌에 설치된 김형칠 선수의 임시 분향소. 국화꽃으로 둘러진 고인의 영정 앞에 황금색 메달이 놓여 있었다. 도하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의 칼리드 알 카타니 사무총장이 경기 중 사망한 고인을 기리기 위해 실제 금메달과 똑 같은 모양의 ‘명예 금메달’을 헌정한 것. 그토록 갖고 싶어했던 금메달은 그렇게 김형칠의 곁으로 왔다.
7일 오후 9시(현지시간) 설치된 임시분향소엔 밤새 1,000여명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김정길 대한체육회장과 정현숙 한국선수단장, 칼리드 알 카타니 조직위 사무총장, 아메드 알 쿠라이피 선수촌장과 한국 대표팀의 승마 펜싱 양궁 럭비 카누 육상 선수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레바논, 카자흐스탄 등 외국 선수들까지 국화꽃을 헌화한 뒤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8일 오전 김형칠 선수의 유족 대표로 카타르에 도착한 동생 김재칠씨는 하마드 종합병원으로 이동, 시신을 확인한 뒤 “형님은 눈도 제대로 못 감고 돌아가셨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며 통곡했다.
이날 서울 태릉선수촌에도 김형칠 선수의 임시분향소가 마련됐고,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분향소를 방문해 체육훈장 맹호장을 추서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명숙 총리도 조화를 보내 애도의 뜻을 전했다.
한편 구체적인 장례일정은 유가족 대표인 김재칠씨와 대회 조직위, 대한올림픽위원회, 아시아올림픽평의회가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며 한국 선수단은 김 선수의 시신이 카타르를 떠날 때까지 검은 리본을 달아 조의를 표하기로 했다.
도하(카타르)=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