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자유형 1,500m 우승 3관왕… '인어' 최윤희 이후 24년만에 '쾌거'
‘마린 보이’ 박태환(17ㆍ경기고)이 수영 3관왕의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선수로 아시안게임 수영 3관왕은 1982년 뉴델리 대회 때 최윤희 이후 24년 만이다.
박태환은 8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하마드 아쿠아틱 센터에서 벌어진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1,500m에서 14분55초03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박태환은 자유형 200m와 400m에 금메달에 이어 3관왕에 등극했다. 이번 대회 성적은 금 3, 은 1, 동 2개.
3관왕의 위업을 이룬 박태환의 등장은 장기적인 프로젝트의 결과다. 타고난 신체 조건과 체계적인 훈련이 결합돼 아시아를 깜짝 놀라게 한 '수영 괴물'이 탄생한 것. 박태환의 뒤엔 10년째 그를 지도해온 노민상 감독이 있다.
● 박태환을 만든 10년 프로젝트
80년대 서울 강동구에서 개인 수영클럽을 운영하던 노민상 감독은 천식 때문에 의사로부터 '수영을 하라'는 처방을 받은 박태환을 만났다. 당시 박태환의 나이 일곱 살. 물론 그 소년이 첫눈에 실력을 드러낸 것은 아니었다. 함께 수영을 한 지 1년쯤 지나서부터 '타고난 물감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타고난 것은 물에 잘 뜨는 '부력'과 유연성이다. 박태환의 몸은 워낙 물에 잘 뜨는 데다 수영 동작에 군더더기가 없어 체력소모가 다른 선수들보다 좋다. 박태환의 가능성을 알아본 노민상 감독은 체계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수영을 시킨다고 물속에만 처넣는 것은 '직무유기'다. 노민상 감독은 어릴 때부터 박태환에게 물속이 아닌 지상에서 유산소 운동을 시켰다. 이것 때문에 지구력과 폐활량은 극대화됐고, 그것들은 물속에서 박태환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노민상 감독은 "그 동안 세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선수는 박태환 이전에도 많았다. 하지만 그 선수들은 '될듯될듯' 하다가도 결국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박태환을 보고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어릴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시켰다"고 말했다. 그게 꼭 10년째다.
●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마린 보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박태환은 부정출발로 실격해 제대로 물살도 가르지 못한 채 돌아와야 했다. 당시 중3이었던 소년에겐 '엄청난 충격'이었겠지만 박태환은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냈다.
노민상 감독이 칭찬하는 박태환의 장점은 '영리함'이다. 흔히 말하는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아는' 스타일. 단지 머릿 속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배움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데 천부적이다. 이는 또 한명의 '월드스타' 장미란(역도)과 일맥상통한다. 역도 대표팀의 주장인 김순희는 "미란이는 머리가 좋아 내가 10번 훈련해야 터득하는 내용을 5번 훈련하면 자기 것으로 만든다"고 칭찬했다.
박태환도 똑 같은 케이스. 스타트가 느리다는 약점을 지적 받았지만 그건 이제 옛날 얘기가 됐다. 출발 신호가 울리고 입수하기까지의 시간인 '반응 속도'에서 박태환은 200m자유형에서 0.67초를 기록, 오히려 경쟁자인 장린(중국ㆍ0.73초)을 압도했다. 빠른 학습능력 때문이다.
노민상 감독은 "주종목인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기록이 좋지 않았지만 이것은 다른 선수들과의 견제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 선수 모두 기록이 떨어졌다. 박태환은 올림픽 메달이 가능한 세계 '톱클래스'로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도하(카타르)=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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