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건설을 놓고 갈등을 벌였던 종교단체의 ‘성역화’와 지역주민의 ‘지역개발론’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이 ‘지역개발론’에 손을 들어줘 관심을 끌고 있다.
그 동안 자주 표출됐던 골프장 개발과 환경이라는 갈등요소에 ‘성지’라는 새로운 변수가 가미된 소송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앞으로 발생할 골프장 건설 분쟁 때 중요한 판례가 될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제4특별부(부장판사 정장오)는 최근 경기 안성시가 ㈜신미산개발이 낸 도시관리계획 위반제한 거부 처분 취소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보조참가인인 재단법인 천주교 수원교구유지재단의 청구를 각하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개발업체인 신미산개발은 안성시에 도시계획시설(체육시설) 결정의 전제가 되는 용도지역 변경에 관한 도시관리계획입안을 제안할 조리상의 권리가 있어 안성시의 항소를 기각한다”면서 “골프장 건설로 인한 환경권 침해, 성지 훼손 등의 주장을 일축하고 이 소송건에서 천주교는 이해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신미산개발은 지난 2002년 11월 안성시 양성면 미산리 미리내 성지에서 3.2㎞ 떨어진 31만평 터에 골프장 건립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천주교측이 미리내 성지 인근의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면서 양측은 그 동안 극한 갈등을 빚어 왔다.
안성시가 지난해 6월 천주교 측 반발을 받아들여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하자 신미산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 2월 수원지법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았고, 안성시가 고등법원에 항소 했다가 이번에 다시 패소한 것.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항소 기각에 따라 4년 이상 끌어 왔던 미산리골프장 사태는 일단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번 판결에 대해 골프장 건설 예정부지 인근 마을 이장 9명이 주축이 된 양성면북부발전위원회측은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낙후된 지역개발에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고 반겼다.
신미산개발측은 “합법적인 기업활동은 비록 이해관계가 일부 상반되는 측면이 있더라도 보호 받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법리가 잘 반영된 판결이다”면서 “더 이상 소모전이 무의미한 만큼 대화를 통해 발전적이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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