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가 열대 우림 지역인가?”
누가 카타르를 ‘뜨거운 모래의 나라’라고 했던가. ‘추위와의 싸움’으로 고생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이번에는 ‘물난리’가 가세했다. 적어도 아시안게임 기간 중에 카타르를 방문했던 사람들에겐 카타르는 ‘냉방병’과 ‘폭우’의 나라로 기억될 것 같다.
7일(현지시간) 카타르에는 아침부터 한국의 장맛비를 연상시키는 폭우가 쏟아졌다. 1년 내내 강수량이 10~60mm에 불과해 우산이 필요 없다는 카타르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육상 첫 종목으로 열린 20㎞ 경보 레이스 도중에도 장대비가 내렸다.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놓고 선수들의 시야 확보가 어려울 정도로 비가 거세지자 심판들도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1일 개회식 때 내렸던 폭우에 대해 현지 신문 ‘카타르 트리뷴’이 “메마른 땅의 단비”로 해석할 정도로 느긋했던 대회 조직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29만㎡부지에 지어져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아스파이어돔은 지붕 곳곳에서 물이 샜다. 지난 2일 오전 지붕에서 물이 떨어지는 바람에 배드민턴 단체전의 일정을 오후로 연기하며 망신을 당했던 조직위는 아예 이번에는 폭우에 대비해 7일 예정됐던 배드민턴 혼합복식 2회전 경기를 6일로 하루 앞당겨 치렀다.
수영장인 하마드 아쿠아틱 센터도 ‘물난리’로 장비들이 둥둥 떠다니는 비상사태가 발생했고, 정구 코트에서도 물이 빠지지 않아 상당시간 경기가 지연되기도 했다.
‘오일 달러’를 쏟아 부어 지은 첨단 시설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유는 배수시설에 대한 카타르의 인식 부족 때문이다. 일년 내내 비 내리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니 굳이 도로나 건물에 배수시설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비가 내린 뒤 도하의 내외곽에선 양수기를 동원해 도로의 물을 빼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비로 인한 경기 스케줄 변경과 지독한 교통체증의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도하(카타르)=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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