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는 이제 더 이상 봄에만 만드는 계절상품이 아닙니다.”
올해 농림부로부터 우전차(雨前茶) 명인으로 지정된 김동곤(58ㆍ쌍계제다)씨는 일년 열두달 내내 차 수확과 제조에 매달린다. 과거 아무리 늦어도 6월 초면 차 생산이 중단되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김씨가 2~11월에도 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원료의 다양화를 꾀했기 때문. 2, 3월에는 매화차를 만들고 3월에는 야생쑥을 채취한다. 4∼6월은 녹차 철. 6, 7월에는 감잎과 뽕잎을 채취하고 10월에는 송이, 11월에는 국화차를 만든다. 혹서기(8, 9월)와 혹한기(12, 1월)에는 차 가공과 포장지의 연구개발에 매달리니 쉬는 때가 없다.
김씨의 대표 상품인 우전차는 2002년 제4회 국제명차품평대회에서 국내 차로는 유일하게 대상을 받았다. 매화를 꽃잎 형태 그대로 덖어 만든 매화차는 사찰 등지에서 단체주문이 오고, 송이차는 일본인 관광객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그간 개발한 20여종의 차 판매로 지난해 매출액만 24억원에 달한다. 그는 “차 원료 다변화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며 대기업들의 차 업계 진출과 중국산 저가차 공세를 우려했다.
10대째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 살고 있는 그는 한의사였던 조부, 아버지가 차를 처방하는 것을 보고 차와 인연을 맺었다. 이미 7권의 차 관련 책을 냈고, 내년 초에 차 지식을 집대성한 ‘그 산에 차가 있었네’를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녹차만 해도 우리는 맛, 중국은 향, 일본은 색을 중시한다”면서 “신라 때부터 이어져온 우리 차의 경쟁력을 간파한 일본이 녹차를 ‘Japanese tea(일본차)’로 이름 붙이려 하는데 우리는 너무 차에 관심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하동= 글ㆍ사진 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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