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베 바탕에 손가락으로 그린 옻칠 그림으로 고요한 영성과 토속적 미감을 펼쳐온 이정연(54ㆍSADI 교수)씨가 박영덕화랑에서 8일부터 초대전을 한다. 5년 만의 국내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그는 삼베 옻칠에다 자개를 붙인 근작 시리즈 20여점을 선보인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삼베와 옻칠, 자개가 신앙의 자세와 딱 맞아떨어졌다”고 말한다. “수의를 삼베로 짓는데서 보듯 삼베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닿아있지요. 성경에서도 회개할 때는 삼베옷을 입는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무의 진액인 옻은 나무의 피, 곧 생명의 은유입니다. 자개는 영어로 ‘진주의 어머니’(mother of pearl)입니다.
진주는 조개의 상처에서 자라 영롱한 빛을 뿜지요.” 어릴 때부터 홀로 자연과 벗하고 동물과 이야기하는데 빠졌다는 그는 대학시절 종교에 관심을 가졌고, 30대 초반에는 7년간 명상 요가 등의 수련을 했다. 미국 유학시절 크리스찬이 됐다. 그의 그림이 종교적 색채를 띠는 연유이다.
그의 그림에는 대나무나 악기, 구름의 형상이 자주 등장한다. “대나무는 속이 비어 있어 위아래로 통하고 악기도 비어 있어야 소리가 나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자신을 비워야 다른 사람, 자연과의 소통이 가능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사람 사이 깊은 정이나 자연과의 교류 등 본래 갖고 있던 것들을 많이 잃어버렸죠. 제 작품에 ‘재생’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뜻입니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지친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17일까지 열린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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