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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제대로 알고 씁시다] 제2, 제3의 글리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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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제대로 알고 씁시다] 제2, 제3의 글리벡을

입력
2006.12.0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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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골수이식센터소장 성주명

백혈병은 1960년대 초까지는 거의 회생하지 못했던 치명적인 병이었다. 그러나 이른바 복합 ‘화학요법’(combination chemotherapy)이 시도된 이후 1970년, 80년, 90년대를 거치며 꾸준히 백혈병 치료 기술이 향상돼 왔다. 그 결과 생존율이 환자 10명 중 4,5명까지 올라가 불치병의 굴레를 벗었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백혈병을 치료하는 화학요법의 부작용들이 바로 그것이다.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폐렴 및 패혈증이 동반됐으며 혈소판 감소로 폐와 장, 뇌출혈 등이 왔다. 뇌, 위장점막을 자극해 심한 구토와 메스꺼움이 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은 90년대 중반 들어 스위스의 노바티스사가 개발한 대표적인 백혈병 치료 신약인 글리벡(Gleevec)의 등장으로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글리벡이 시판되기 전까지 만성 백혈병의 대표적인 주사 치료제인 인터페론의 부작용(탈모, 식욕부진, 체중감소, 불면)이 꽤 심각했다. 또 인터페론 주사약을 섭씨 4도 정도의 온도로 보관해야 했기에 여행하는 환자들은 아이스 박스를 갖고 여행 길을 나서야 했을 정도로 불편했다. 이에 비해 글리벡은 먹기 쉽고 구토 등이 없으며 오히려 이 약을 복용하는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입맛이 좋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정도였다. 탈모도 완전히 사라졌다.

기존의 약제와 달리 부작용이 거의 사라진 글리벡의 놀라운 효과에 대해 백혈병 전문 의사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을 정도다. 글리벡 치료를 받은 지 한 달이 지난 환자 98%의 피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6개월 이내에 80%에서 망가진 골수의 염색체들이 정상화되는 약효가 확인됐다. 이렇게 우수한 치료결과는 형제간 골수 이식 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웃도는 것이다.

이러한 글리벡의 뛰어난 효과 덕분에 요즘에는 만성 백혈병을 치료할 때 골수이식은 극소수의 상황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보다 우수한 2세대, 3세대 글리벡이 여러 제약회사에서 개발되고 있어, 약에 의한 백혈병 치료의 미래는 더욱 밝다.

고무적인 것은 급성백혈병, 폐암, 유방암 등 분야에도 글리벡과 유사한 정도의 효능을 기대할 수 있는 약 개발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은 글리벡만큼 대단한 성과를 가져온 신약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백혈병과 각종 암에 대한 원인이 분자생물학의 발달로 점차 규명되면서 앞으로 5~10년 이내에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치료가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다. 하루에 4,5개의 알약을 입에 털어 넣는 것으로 백혈병이나 암을 치료하는 장면이 공상과학 영화에서가 아닌 현실에서 목격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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