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그 동안의 감속 추세에서 완만하게 벗어나고 있다. 내년은 올 하반기보다 더 좋아 질 것이다. 11월에 은행 대출이 급증하는 등 통화량 증가속도가 너무 빨랐다. 12월 이후 증가속도에 조정이 있을 것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7일 과잉유동성과 잠재성장률 하락이라는 두 난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외화예금 지급준비율 인상과 콜금리 목표 동결이라는 정책 조합을 구사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우선 요구불예금(예금자가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예금) 성격의 외화예금 지준율을 현행 5.0%에서 7.0%로 올려 지난달 인상한 원화예금 지준율과 같이 이 달 23일부터 적용키로 했다. 외화예금의 지준율 조정은 2000년 4월 이후 6년만이며, 외화예금 지준율이 인상된 것은 1990년 3월 이후 16년 만이다.
지준율 인상으로 외화예금의 필요 지준금은 8억5,000만 달러에서 11억1,000만 달러로 약 2억6,000만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이번 조치로 은행의 외화대출 금리가 0.04% 오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즉 이번 인상이 최근 급증하는 외화대출을 직접적으로 억제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16일부터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원화예금 지준율 인상과 균형을 맞춤으로써 시중은행이 필요 대출자금을 해외에서 조달하려는 시도를 사전에 봉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총재는 "시중 은행들이 외화를 들여와 대출 공급량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 통화당국으로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16년 만에 꺼낸 지준율 카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미리 은행의 우회로를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한은은 이와 함께 콜금리를 현재의 연 4.50%로 동결키로 결정했다. 11월 통화량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4개월 연속 콜금리 목표를 동결한 것은 최근 소비자물가가 2.2%로 한은의 중기 물가목표 2.5~3.5%에도 밑도는 한편, 환율 급락 등 경기 불안요인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은 이 총재의 일문일답.
-통화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지준율 인상만으로 대응이 가능한가.
"11월에 은행 대출 크게 늘고 통화증가 속도 빨랐는데 가계 부문에서 자금차입 수요가 크게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준율 효과는 느리게 나타난다."
-물가와 환율 조정이 실패한 것 아닌가.
"최근 목표보다 낮은 물가상승률이나 환율 하락을 보고 경제정책의 실패 여부를 논하는 것은 단선적이다. 통화 정책은 방향ㆍ폭ㆍ시기가 적정했는지를 모두 감안해야 한다."
-콜금리 동결 결정은 최근 외환시장 상황을 고려한 것인가.
"환율 동향도 당연히 통화 정책에 반영한다. 오늘 금통위 회의에서도 환율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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