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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연필 한 자루와 선택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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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연필 한 자루와 선택의 자유

입력
2006.12.0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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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50만 달러의 상금이 붙은 맥아더상이란 게 있다. 상금 액수도 크지만 조건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서 더욱 매력적인 상이다. 매년 여러 분야에서 극소수의 뛰어난 젊은 학자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에 천재상이라고도 불린다.

이 상을 받은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인 케빈 머피는 "영재란 남들이 생각할 수 있는 일을 남보다 빨리 해낼 뿐이고, 천재란 남들이 아무리 해도 생각 못할 일을 생각하는 사람이다"라고 영재와 천재의 차이를 명쾌하게 정의한다. 그러면서 머피는 시장경제학의 대부로 시카고학파를 이끌었던 밀턴 프리드만을 경제학계의 진정한 천재로 꼽는다. 그 프리드만이 최근 타계했다.

● 프리드만이 본 자유경제의 우월성

내가 시카고 대학원을 졸업하기 1년 전인 1976년에 프리드만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으면서 하루는 교내서점에서 자신의 저서에 서명을 해주는 행사가 있었다. 그날 나는 <선택의 자유(free to choose)> 라는 짧막한 자유경제 해설서를 샀다.

그 책의 표지에는 연필 한 자루를 치켜들고 있는 프리드만의 사진이 들어있다. 개인의 선택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라야 질 좋은 연필 한 자루가 싼 값에 소비자에게 공급될 수 있다는 것이 책 내용의 핵심인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 정부가 나서서 누구에게는 흑연을 구해와라, 누구에게는 연필심을 만들어라, 나무를 베어라, 고무를 구해라, 연필을 만들어라, 소비자에게 운반해라, 판매를 해라 하는 식으로 일일이 간섭한다고 하자. 게다가 열심히 일하나 적당히 일하나 같은 월급을 준다면 대부분 사람들이 게으름을 피울 것은 보나마나한 일이다.

반면에 다른 어느 나라에서는 자유롭게 어떤 사람은 목재상을 운영하고, 다른 사람은 흑연이나 고무를 수입하거나 해서 연필이 생산되고, 운송과 판매도 자유롭게 이루어진다고 하자. 그런 사회에서는 자기도 편안한 노후를 누리고 자식들에게 좋은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모두 열심히 일할 것이다.

자유경제에 비해 통제경제가 비효율적이고 그래서 같이 못사는 사회가 되고 만다는 사실은 한 세기의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 그래서 프리드만은 베를린 장벽의 붕괴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러시아와 중국의 개방으로 이어졌다. 통제경제가 통하지 않는 이유는 한마디로 자연적인 인간은 이타적인 존재가 아니라서 나와 내 가족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자진해서 몸을 바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그런 당연한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러시아 혁명 이후 대규모의 실험을 거치면서 수천만명이 학살과 유형을 당했다.

● 이기적 안정의 추구는 자연의 원리

흥미롭게도 언뜻 보면 이기적인 듯한, 즉 자신이 편안한 것을 추구하는 경향은 인간 뿐 아니라 자연 전반에 적용되는 보편타당한 원리이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나 부실한 다리가 무너지는 것이나 다 낮은 쪽이 안정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1에 0을 28 개나 붙인 엄청난 수의 원자들이 모여 우리 몸을 이루는 것도 수소, 탄소, 산소 등 하나하나의 원자가 화학결합을 통하여 보다 안정한 쪽으로 바뀌고자 하는 의지를 천부적으로 타고났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도시가스는 탄소 원자 한 개와 수소 원자 네 개로 이루어진 메테인(methane)이라는 화합물이다. 메테인이 산소와 반응하면 탄소는 이산화탄소로, 수소는 물로 바뀌면서 열과 빛이 나온다. 탄소, 수소, 산소에게 선택의 자유가 주어지면 모든 원자가 편안해지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 덕분에 요리를 하고 난방도 할 뿐 아니라 세포 내에서 생명의 화학반응들이 일어난다. 자유경제에서 부의 추구가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면 원자세계에서의 안정의 추구는 생명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김희준ㆍ서울대 화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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