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중국의 동북대학에 전임강사로 임용된 지 한 달도 안돼 한국 모 정부기관의 장학금을 받고 이곳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한국 정부와 소속 대학에서 지급된 소중한 장학금을 받으며 한국어 교육과정을 거쳐 정규직 교수가 됐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 자신의 능력보다는 한국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동북공정 문제도 한국 입장에서
한국에 빚을 진 사람으로서 친한파가 된다는 것은 당연지사다. 사랑하는 가족인 제부와 조카가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독도 문제나 교과서 문제 등이 불거져 나올 때는 어김없이 반일감정이 생긴다.
한국과 중국에 관련된 일이라면 스스로의 의무라 여겨지는 것도 당연했다. 현재는 한국인으로 귀화했으나 뿌리는 그래도 중국이라는 것을 저버릴 수 없지만, 중국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을 감수하고 한ㆍ중간의 민감한 사안인 동북공정 등에 대해서 한국의 입장에서 내 견해를 피력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정신적ㆍ물질적인 격려를 받은 이로서 그 누가 좋은 감정으로 한국과 출신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지 않겠는가? 아마도 한국의 덕을 입은 외국인 유학생이라면 다들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애써 키워온 외국인 유학생들이 학업과정을 마치고 과연 얼마나 친한적인 일을 할 수 있을까?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한국 유학 외국인들이 학위과정을 마치고 할 수 있는 일은 본국으로 돌아가 재외 한국공관이나 기업, 교육기관 등에서 한국과 관련된 진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이들은 한국에 대한 호감과 한국에서 익힌 지식으로 한국과 출신국과의 교류에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가령 이들이 출신국으로 돌아가 이러한 출로를 모색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현재로서는 한국의 경제성장과 국력 강화에 힘입어 한국과 관련된 진로를 모색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년 후에 이러한 일자리의 수용가능 인원이 포화상태가 된다면 한국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키워놓은 인재들이 빚을 갚을 기회마저 사라지게 될 것이다.
● 외국인 인제들 적극 영입했으면
그 대안의 하나가 한국에서 학위를 받고 현재 한국 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교수들의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한국 제도권 내 영입이다. 교육인적자원부 통계에 의하면 외국인 전임교원 수는 2004년 1,368명에서 2005년 1,728명, 2006년 2,078명으로 최근 몇년 사이에 양적인 면에서 확연히 증가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들이 이중언어 사용자로서 출신국과 한국의 학술계를 잇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학술계에 색다른 혈액 공급과 아울러 한국학 해외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키워 놓은 두뇌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 이들의 단계적인 영입에 대한 보다 장기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추이진단(崔金丹)ㆍ대진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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