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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대관절 4년제가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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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대관절 4년제가 뭐기에…

입력
2006.12.0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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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C코오롱과 코오롱패션이 영국의 패션명문 센트럴 세인트 마틴(이하 세인트 마틴)과 산학협동 차원에서 한국대학생 대상 공모전을 연다고 4일 발표했다. 명칭은 ‘제 1회 코오롱ㆍ패션 어워드’이다. 이 공모전의 디자인 부문 우승자는 세인트 마틴에서 한 학기 연수하는 기회가, 마케팅 부문 우승자는 코오롱 입사 자격이 주어진다. 기업이 공모전을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발굴하고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환영할 만한 내용이다. 그런데, 옥의 티가 있다.

주최측은 공모전 응모자격을 ‘4년제 대학 재학생’으로 한정했다. 패션 창의력이 학력순이 아닐진데 굳이 4년제로 제한한 이유는 뭘까? 공모전 담당자의 설명은 이랬다. “세인트 마틴측이 정규대학이기 때문에 이에 맞춰 (연수생은) 4년제 대학 재학생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모전 운영 및 수상자를 해외연수시키는 비용 일체를 부담하는 것은 코오롱인데 정작 응모자격을 제한하는 권리는 세인트 마틴에 있다니 언뜻 이해되지않는다. 한 학기 연수프로그램일 뿐 연수자에게 졸업장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코오롱은 1989년부터 패션교육기관인 코오롱패션산업연구원(FIK)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패션선진국 도약을 위해 미래지향적인 패션전문인 양성을 목표’로 하며 매년 신입생을 받는 교육기관을 운영하는 그룹에서 공모전을 열면서 자체 교육생들을 배제해버릴 정도로 세인트 마틴의 입김이 센 것은 무얼 말하나.

최근 1,2년 사이 국내에서 세인트 마틴의 주가가 수직상승했다. 코오롱스포츠가 라이프 세이버 재킷 공모전을 이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EXR코리아 역시 신규브랜드 D2K진을 내면서 이곳 학생들 대상으로 한 데님패션 공모전을 벌였다. 얼마전 발표된 제일모직의 SFDF 수상자들이 이 학교에서 수학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패션전공 유학생들 사이에는 ‘FIT와 파슨스 시대는 가고, 세인트 마틴 시대가 왔다’는 우스개소리도 나오고있다. 그러다보니 기업마다 세인트 마틴과 산학협동했다는 것 자체가 수준 높은 유럽 디자인 감각을 전수받는 양 선전한다.

문제는 세인트 마틴과 손 잡는데 치중한 나머니 이 땅에서 자라고있는 패션 새싹들의 열정은 도외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외 유수의 패션스쿨에서 수학하며 문화적 자양분을 흠뻑 빨아들이는 기회를 꿈꾼다. 그런데 4년제 대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도전의 기회 조차 차단당한다는 것은 억울하다. 더구나 최근 패션현장에서는 4년제 대학뿐 아니라 2년제 전문대학이나 FIK를 비롯 SADI, 에스모드서울 등 패션전문교육기관 출신의 진출이 활발하고, 그들의 실무 능력을 높이 사는 추세다.

사기업의 활동에 굳이 토 다는 이유는 여기 있다. 대학졸업장 대신 실력을 보는 사회에 이번 공모전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문화적 사대주의의 냄새도 풍긴다. 1년여의 준비 끝에 내놓았다는 공모전이 대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보다 넉넉한 품을 안고 태어났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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