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판매업체 제이유그룹에 얽힌 새로운 사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검찰총장이 최대 규모의 사기사건이라고 규정한 것도 보기 드문 일이다. 피해자 34만 여명에 피해액이 4조 6,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으니 최대 규모의 사기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유명인사들의 관여나 개입 비호가 많으며, 성공한 저명인사들이나 권력기관 사람들과 그 가족이 많이 끼어 있는 점이다. 청와대 검찰 경찰등 공조직에 몸 담은 사람들이 사기의 울타리 역할을 해 준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 자문위원으로 돼 있는 전직 경찰간부가 한 말은 인상적이다.
● 공조직이 울타리 쳐준 사기사건
그는 제이유라는 말을 듣자마자 전화를 건 기자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다 사기 당했다. 돈 잃고 이게 뭔 꼴이냐"고 말했다. 그가 날린 돈은 일반인들이 쉽게 만질 수 없는 거액인데, 그야말로 돈 잃고 망신까지 당했으니 대체 그게 무슨 꼴인가.
자문위원들 중에는 제이유 덕분에 돈을 번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일반인들은 그렇게 유명하고 지위도 있는 사람들까지 무슨 무슨 위원으로 참여했으니 믿을 만 하다는 생각에서 투자를 하고 친족 이웃까지 끌어들였다.
제이유는 담보나 보증 없이 상품을 무한정 공급해 주고 물건이 팔려 대금이 입금되면 그보다 많은 돈을 준다고 사람들을 유혹했다. 100만원 어치를 팔면 150만원을 준다니 무슨 자선사업도 아니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사기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그 함정이 보이지 않은 것이다.
실직을 했거나 취직이 안 돼 살기 어려운 사람들, 빚에 쫓기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겠다. 그러나 이미 부와 명성을 쌓은 사람들까지 휘둘린 것에서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점을 알게 된다. 그것은 결국 도덕성의 문제이며 사회적 공적 책임에 대한 개인들의 무감각이다. 힘 안 들이고 돈을 벌려 한 점에서는 바다이야기와 비슷한 문제구조다. 그런데 남의 돈을 먹겠다고 덤벼들고서 잘못되자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사회지도층이라면 생업과 활동을 통해 자신의 발전을 꾀하는 한편 그들이 몸담고 있는 사회가 지향할 바를 제시해야 하는 책임을 부여 받은 계층이다. 그렇게 생각해야 마땅하며 그런 바탕 위에서야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통한 사회 기여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제이유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는 아직도 멀었다.
경위는 다르지만 게임정책을 담당하는 문화관광부 간부들이 게임업체의 주식 수천만원어치를 샀다가 손실을 보자 이자까지 붙여 되돌려 받은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특히 1,000만원을 투자한 전 문화산업국장은 "과장의 권유로 투자를 했을 뿐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모른다"고 진술했는데, 그 말이 거짓말이라도 문제이고 사실이라면 더 문제다. 공직사회의 패거리적 도덕불감증이 드러난다.
제이유 운영의 특징은 이익을 갈라 먹는다는 이른바 공유마케팅과, B라는 새로운 사업에 성공해야만 A라는 원래 사업에 투자한 돈을 돌려준다는 인질마케팅 두 가지이다. 한국사회의 공직자들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은 아직도 도덕 불감증에 빠진 채 이런 공유ㆍ인질마케팅과 같은 행동을 통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 목표도 없고 꿈도 없는 한국사회
이런저런 사건들을 보면서 한국사회의 나이는 과연 지금 몇 살인가, 한국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생각하게 된다. 한국사회는 지금 성공을 위해 당장의 어려움을 참으면서 잘 살아 보자고 허리띠를 조이는 상황도 아니고 있는 것을 나누어 먹으며 함께 번영해 나가자고 합의를 이룬 상황도 아니다.
최근 발표된 사회통계조사에서 드러난 대로 국민 열 명 중 한 명이 최근 1년 동안에 자살을 생각했고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반을 겨우 넘는다. 청소년들의 꿈은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나라에는 목표가 없고 사회에는 꿈이 없다. 그저 제이유와 같은 사기에 기대는 허튼 꿈이 무성할 뿐이다. 대체 이게 무슨 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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