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노인연극이 활발하게 펼쳐져 눈길을 끌고 있다.
단원의 평균 연령이 79세인 노인 극단 ‘파라다이스 일좌(一座)’는 6일 도쿄(東京) 시모기타자와(下北澤)의 소극장 ‘더 스즈나리’에서 창립 공연을 시작했다. ‘노인들의 모임_남자들의 만가(挽歌)’라는 제목의 이 연극에는 일본의 대표적 극단 중 하나인 분가쿠좌(文學座)의 대표이자 연출자로 연극계를 이끌어 온 이누이 이치로(戌井市郞ㆍ90)를 비롯, 문화계의 쟁쟁한 ‘노인’들이 출연했다.
노인들만으로 구성된 이 극단은 ‘늙어간다는 것’의 매력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최근 만들어졌다. 최고령 단원인 이누이씨는 “80세를 넘기면서부터 연출 이외의 것에도 도전하고 싶었다”며 “배우로서도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연출을 맡은 류잔지쇼(流山兒祥ㆍ59ㆍ성우)는 “지금의 연극은 대부분 젊은이를 위한 것”이라며 “공연이 성공한다면 일본 현대극의 풍성함을 증명하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공연은 13일까지 계속된다.
같은 시간 도쿄 신주쿠(新宿)의 기노구니야(紀伊國屋) 홀에서도 노인연극 ‘검은 고양이’(6~10일)가 공연됐다. 이 연극에도 노가쿠(能學) 배우인 간제히데오(觀世榮夫ㆍ79)를 비롯, 5명의 ‘노인 배우’들이 출연했다. 출연 배우의 평균연령은 67세. 노인들만으로 연극을 만든 이유에 대해 극단측은 “그들에게는 젊은이에게는 없는 풍부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인연극의 붐은 5월 노인들만을 케스팅한 ‘사이타마(埼玉) 골드 시어터’가 발족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일본 연극계에서는 노인연극 뿐 아니라 노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