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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필요없어!"… 女心은 '수퍼 모과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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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필요없어!"… 女心은 '수퍼 모과남'에게

입력
2006.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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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 뺏긴 것처럼 서운하네요.” “교제만 하고 결혼은 평생 안하면 안되겠니?”

지난 11월 23일, 인터넷엔 미혼 여성들의 탄식이 가득했다. MC 유재석이 나경은 MBC 아나운서와 사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여성 팬들이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심지어 “우울증에 걸려 밥도 넘어가지 않는다”는 여성도 있었다.

과거 연애나 결혼이 여성 팬들의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됐던 스타들은 대부분 조각같은 외모의 꽃미남들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 대상이 외모는 좀 빠져도 능력과 성품을 갖춘 1등 신랑감들, 이른바 ‘골드 미스터’들로 바뀌었다. 과일로 치면, 못생겼지만 오래 곁에 두고 향을 즐기고픈 모과라고 할까. 유재석을 비롯해 올해 결혼한 MC 신동엽과 강호동, 가수 싸이, 그리고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소속된 박지성이 대표적인 예. 이들은 모두 여성들에게 현실적인 결혼 상대의 이미지로 어필한다.

유재석, 박지성과 결혼했을 때 벌어질 일을 상상한 , <박지성과 결혼했을 때 벌어질 일들> 등의 만화와 글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모았고, 싸이는 자동차 CF에서 유머감각으로 여성을 사로잡는 남자로 출연해 주가를 높였다. 유재석의 팬이라는 한 여성은 “장동건같은 꽃미남은 스타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유재석은 착한 남자친구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꽃미남 스타들은 마음은 굴뚝같아도 ‘닿을 수 없는’ 존재인 반면, 이들은 친구처럼 편하게 알콩달콩 생활을 꾸려갈 수 있는 남편감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친근한 이미지와 좋은 매너에 더해 이들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것은 이들이 최고의 ‘능력남’이라는 점이다.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은 특A급 MC들이고, 박지성은 모두가 선망하는 프리미어리거. 싸이는 코믹함과 동시에 매번 매진을 기록하는 콘서트를 직접 기획, 연출하는 ‘똑똑한 남자’의 이미지도 가졌다. 결혼전문업체 듀오의 커플매니저 노상미씨는 “유재석 박지성 등은 결혼 상대로 부담 없는 외모에 성품, 그리고 능력을 함께 가졌다. 여성들은 잘생긴 남자들보다 이런 남자들을 결혼 상대로 선호한다”고 말했다.

물론 능력 있고 성격 좋은 남자들은 언제나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대중 스타들에게까지 이런 남성상이 통하는 것은 변화한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노상미씨는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남성을 바라보는 기준은 높아진 반면, 결혼 뒤 감당해야 할 집값과 교육비 등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스타들은 결혼의 모든 부분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결혼 상대들”이라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국민 MC, 국민 배우같은 호칭이 자주 사용되는 데서 드러나듯이 요즘 대중들은 연예인이면서도 화려함보다는 진솔한 느낌의 스타에게 더 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 CF는 “수줍어한다. 잘난 척 안한다. 남 탓 안한다. 그런 남자가 다시 통하고 있다”며 겉보다는 속이 찬 남자들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다. 완벽한 외모는 아니지만, 생활력을 갖춘 남자들. 연예계에 일고 있는 ‘골드 미스터’의 인기는 거품 낀 겉모습보다는 그 안의 내용물을 보기 시작한 시대상의 반영인 셈이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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