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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케이블·라디오서 '종횡무진' 클래지콰이의 보컬 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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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케이블·라디오서 '종횡무진' 클래지콰이의 보컬 호란

입력
2006.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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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가수가 노래보다 연기나 우스개로 주목 받는 게 ‘대세’가 된지 오래다. 씁쓸한 현실이지만, 이 사람의 왕성한 ‘외도’는 왠지 밉지 않다. 그룹 클래지콰이의 보컬 호란(27). 그동안 가수로서 방송보다 공연에 충실했던 그가, EBS <책 읽어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 에 이어 사건ㆍ사고나 연예계 뒷얘기 등을 다루는 케이블채널 tvN의 <리얼스토리 묘(描)> 의 진행을 맡고 MBC 라디오 <뮤직 스트리트> 의 DJ로도 맹활약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의 동력은 무엇일까. “일종의 도전이죠. 방송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런 만남을 통해 인생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어 즐거워요.” <책 읽어주는 여자…> 를 처음 맡았을 땐 책을 1주일에 열 권씩 읽었다는 그는 “ <리얼스토리 묘> 를 맡고는 뉴스와 인터넷 댓글 등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리얼스토리 묘> 를 둘러싼 선정성 시비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는 건 함께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지만, TV에서 ‘지적이고 섹시한’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그런 모습도 저의 일부분이니 남들의 이런저런 평가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이처럼 똑 부러지는 성격은 자신의 미니 홈피에 올린 글들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 중 하나가 ‘빌려준 책을 돌려 받았을 때 밑줄이 그어졌거나 접혀진 자국을 발견하는 걸 무척 싫어한다’는 글. “프로그램 제목과 달리 밑줄 긋는 남자를 싫어하는 셈이죠.”(웃음)

온통 사진으로 도배된 여느 미니 홈피들과 달리, 호란은 정성 들여 쓴 글로 미니 홈피를 차

곡차곡 채워가고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을 품기 전부터 작가를 꿈꿨기 때문에 요즘도 시를 습작하거나 작사에 참여하고 있어요.” 남성잡지에도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그는 깔끔한 글솜씨를 칭찬하자 겸손함을 보인다. “제 깜냥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정도에요. 글쓰기는 넘치는 생각들을 끊임없이 쳐내고 다듬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호란에게는 왕성한 ‘외도’가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우는 자양분이 된 듯 하다. “노래가 너무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현재 연말 콘서트와 내년 봄에 나올 3집 준비를 병행하고 있어요.” 그의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클래지콰이는 올해 본격적인 해외 활동을 시작해 9월 일본 시부야의 한 클럽에서 단독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는 한류를 등에 업고 일본에 진출한 댄스 가수들과 달리 음악만으로 이룬 성과라서 더욱 의미가 깊다. “일렉트로닉을 기본으로 하지만 여러 장르가 혼합된 우리 음악이 일본에서 독특하다는 평을 받고 있대요.” 클래지콰이는 일본에서 이미 3만장의 음반을 팔았고, ‘시부야케이’를 대표하는 FPM(Fantastic Plastic Machine) 등의 앨범에도 참여할 만큼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처럼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고 영토를 넓혀가는 클래지콰이의 음악은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호란의 모습과 포개어진다. “저는 앞으로 노래만 하겠다, 혹은 방송을 병행하겠다고 계획을 세울 만큼 부지런하지 않아요. 방송 준비도 가끔 시험 공부하듯 벼락치기로 하는 걸요. 하지만 좋은 경험이 될만한 일이라면 언제든 뛰어들겠다는 욕심은 가득해요.”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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