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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연말정산용 의료비 내역 '병원 발품'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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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연말정산용 의료비 내역 '병원 발품' 짜증

입력
2006.12.06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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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용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6일 국세청 홈페이지를 찾은 회사원 정모(41)씨는 의료비 내역이 병ㆍ의원들의 자료제출 거부로 불가능해졌다는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가 당초 직장인들의 연말정산 서류 챙기기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올해부터 의료비와 교육비, 연금저축 등 8개 내역을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한꺼번에 내려 받을 수 있도록 약속했기 때문이다. 딸 아이의 교통사고로 올해 꽤 많은 의료비를 낸 정씨는 연말정산을 위한 ‘병원 순회’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골치가 지끈거렸다.

●2만2,700여 병원 자료제출 거부

국세청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 중 29.1%인 2만2,700곳이 연말정산용 의료비 자료제출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약 90만명에 달하는 의료비 소득공제 요청 대상자들은 병원비 중 건강보험에서 지불되지 않는 ‘비급여 비용’의 지출 사실을 증명해줄 서류를 챙기기 위해 병원들을 일일이 다시 찾아가야 한다. 급여 비용의 진료 내역은 건강보험공단에 자동으로 전달돼 납세자가 따로 진료증명을 받을 필요가 없다.

일단 국세청은 납세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비 누락 부분이 있는 경우 의료비 미제출 자료 신고센터에 신고하면 대신해서 영수증을 받아줄 계획이다. 그러나 이마저 병ㆍ의원들이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어 납세자들의 불편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부 의료기관들이 비급여 의료비 제출에 따른 수입 노출을 우려해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근로자의 편의를 희생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 이라고 말했다. 병ㆍ의원이 건강보험의 레이더망에서 벗어나 있는 비급여 비용의 수입 내용이 진료내역 제출로 드러나면 ‘세금폭탄’을 맞게 될 것을 걱정해 집단적으로 자료제출을 거부했다는 해석이다.

●병원은 “정보노출 피해막기 위해”

의료기관들은 이에 대해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것” 이라고 해명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4개 단체는 5일 의료비 소득공제 증빙자료를 제출토록 한 국세청의 고시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이들은 모든 의료 이용자의 진료내역이 담긴 자료를 건보공단을 통해 국세청에 넘기면 ‘의료 사생활’이 드러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 관계자는 “환자의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제공된 진료내역을 건강보험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환자가 숨기고 싶은 산부인과, 비뇨기과, 신경정신과 등의 진료사실이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게 공개돼 가정 파탄 등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지 소득이 드러나는 게 두려워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건보공단 등은 “의료 단체들의 주장처럼 환자의 진료내역이 자세히 홈페이지에 게시되지 않을 뿐더러 정보유출 위험이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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