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어가 어떻게 되건, 어느 팀이 이기건 그것은 관심 밖의 일이었다.
어린 학생들은 ‘지겨운 수업’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신이 난 모습이었다. 아시안게임 한국과 레바논의 핸드볼 경기가 벌어진 5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 가라파 인도어홀.
경기장에 들어서자 어린이들이 쉴새 없이 쏟아내는 ‘하이톤’의 재잘거림이 실내를 가득 메웠다. 아시아 최고 수준인 한국 핸드볼 선수들의 플레이를 제대로 구경하는 아이들은 드물었다. 장난을 치거나, 군것질 거리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복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리고 ‘히잡’을 쓴 채로 아이들을 단속하기 바쁜 선생님들.
어디서 많이 봤던 장면이다. 스포츠의 국제대회, 특히 비인기 종목 경기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학생 동원 관중’. 카타르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흥행실패’로 썰렁한 관중석을 메우기 위해 도하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학생들 2만명을 ‘동원’한 것이었다. ‘오일달러’의 힘을 앞세워 최첨단의 경기장을 지어놓았지만 관중석까지 돈으로 채울 수는 없는 형편. 수영 탁구 배드민턴 같은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기장은 취재진과 선수단 관계자들의 숫자가 일반 관중을 압도했다.
대회 조직위의 아메드 압둘라 알 쿨라이피 대변인은 “학생들을 동원하는 것은 텅 빈 관중석 때문이 아니다. 2만명의 학생들에겐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지만 궁색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고민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개회식이 열렸던 칼리파 스타디움은 5만석 규모. 카타르의 전체 인구가 80만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지난 1일 개회식에는 카타르 사람 16명 중 1명이 참석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체 인구의 6.25%가 참가했지만 여전히 머릿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올림픽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카타르에겐 이것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대대적인 출산 장려로 인구를 늘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도하(카타르)=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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