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대표적 대북 강경파인 존 볼튼 유엔주재 대사가 의회 인준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4일 결국 사퇴의사를 밝혔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수락했다. 볼튼 대사의 낙마는 중간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의 인준거부 압박이 위력을 발휘한 결과라는 점에서 이 같은 전반적 후퇴 움직임이 향후 부시 정권 외교정책 기조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볼튼 대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강경 대응을 주도해왔다. 때문에 그의 교체는 유엔 차원의 대북 대응에 직ㆍ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현재 안보리는 북한 제재 결의 1718호의 이행을 독려하는 과정에 있으나 북한의 6자회담 복귀 합의로 강도는 다소 약화된 상태에 있다. 여기에 더해 볼튼 대사의 강경 목소리가 사라지고 6자회담 재개가 현실화한다면 유엔에서의 북한 논의가 ‘타협 국면’으로 옮겨가는데 상승작용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 전체적으로 볼 때도 신보수주의(네오콘) 세력의 주축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에 이어 볼튼 대사마저 물러남으로써 외교정책이 일방주의에서 벗어나 현실주의적 접근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한층 높아진 상태다. 물론 네오콘의 대부격인 딕 체니 부통령이 아직 부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속에서 건재하고 있기 때문에 볼튼 대사의 교체가 가져올 변화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체니 부통령은 미국의 대북 정책에도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어느 정도 탄력적으로 정책변화의 필요성에 부응할지는 볼튼 대사의 후임으로 누구를 지명하는 지를 보면 보다 가늠하기가 쉬워진다. 현재로서는 강경파로 분류되는 잘메이 칼릴자드 이라크주재 대사, 대북 정책에 있어서 포괄적 접근방식을 강조해온 필립 젤리코 국무부 자문관 등이 거론된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낙선한 공화당 짐 리치 하원 국제관계위 동아태소위원장, 폴라 도브리안스키 국무부 민주주의 및 국제문제담당 차관, 링컨 채피 공화당 상원의원 등의 이름도 나온다. 민주당 주도 의회에서의 인준을 의식, 온건론자의 이름이 더 많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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