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 재산을 후손에게 분배할 때 출가한 여성보다 세대주 남성에게 더 많이 줘도 차별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이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종중원 자격이 있는 것으로 판결한 후 여성 종중원의 구체적인 재산분배 문제를 법원이 다룬 것은 처음이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부장 김재협)는 5일 우봉 김씨 계동공파 16~18대손 김모(65)씨 등 여성 후손 27명이 “출가한 여성에게도 종중 재산을 똑같이 나눠 달라”며 종중을 상대로 낸 분배금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세대주인 남성 종중원에게 3,800만원, 결혼한 여성 종중원에게 1,500만원씩 차등 지급한 것을 현저하게 불공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비세대주인 성인 남녀에게 출가한 여성과 똑같이 1,500만원씩 지급했고, 종중원이 아닌 미성년자에게도 수백만원씩 분배했기 때문에 종중 재산이 후손 전원에게 속한다는 법리에 비춰 볼 때 유효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성(姓)과 본(本)이 같은 후손을 중심으로 구성된 세대와 여성 후손으로서 다른 종중원과 결혼해 타 종중의 후손을 낳아 구성된 세대 간에 차이를 둔 것은 부계 혈족을 중심으로 구성된 종중의 특성상 합리적인 범위 내라면 허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봉 김씨 계동공파 종중은 지난해 6월 서울 은평구에 있는 종중의 땅이 수용되면서 보상금으로 137억여원을 받은 뒤 총회 의결을 통해 독립 세대주 125명에게 47억여원, 출가한 여성 종중원과 미성년자 등 나머지 후손 420명에게 42억원을 나눠 주기로 했다.
서울YMCA성차별철폐회원연대 김성희 공동대표는 “호주제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 및 여성의 종중원 자격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 상충돼 양성평등운동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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