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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토균형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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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토균형개발?

입력
2006.12.0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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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송년회 모임이 잦아졌다. 그 가운데 시골 초등학교 친구들끼리의 모임만큼 정겨운 것도 없다. 매년 연말이면 40여명의 고향 친구들과 서울에서 만난다. 소백산맥 자락의 작은 산골 마을이어서 10리쯤 떨어져 살았던 친구들끼리도 집안 내력과 부엌의 숟가락 숫자까지 훤하게 꿰는 사이다.

수 십 년 만에 만나 얼굴을 알 듯 말 듯한 친구라도 '방앗간 집', '삼거리 식당' 하면 금세 기억해낸다. 함께 코 흘리고, 물고기를 잡고, 산과 들을 헤매던 기억을 잡고 정말 멀리서도 용케 찾아온다. 고향 땅을 지키는 몇 안 남은 친구는 물론이고, 멀리 남해안에 사는 친구들까지도 모여든다.

■ 길이 좋아진 덕분이다. 고개를 빙글빙글 돌아 네 시간이 걸리던 고향길이 지금은 두 시간 남짓하다. 그러니 모두들 날듯이 온다. 수도권에 친척 없는 집이 없고, 아이 학교를 수도권으로 보내거나 집 한 칸 장만해 두지 않은 친구들이 드물다. 백화점에 갈 일이 있으면 바로 서울로 달려오고, 어지간한 병은 곧바로 서울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산골이 이러니 수도권과 닿은 충청 지역이나 영서 북부지역은 말할 것도 없다. 지역발전을 위해 경쟁적으로 길을 닦더니, 엉뚱하게 성과물은 수도권으로 빠르게 되돌아 온다.

■ 오랜 세월 금과옥조로 여겨온 '국토 균형개발'에 대한 고정관념이 흔들릴 때가 됐다. 반대말인 '불균형'의 부정적 힘만으로도 '균형'의 관념적 매력은 크다. 그러나 다른 '균형발전'은 몰라도 지리적 요인에 좌우되는 '국토 균형개발'은 관념의 아름다움보다는 현실의 국토지리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으레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의 길쭉한 모양을 머릿속에 그리겠지만, 실제로 지도를 펴놓고 휴전선 남쪽을 보면 땅덩어리가 꼭 엄지손가락 손톱 만하다. 이 작고 통통한 땅덩어리를 두고 지리적 균형을 말하는 것 자체가 쑥스러울 정도다.

■ 수도권이 북서쪽에 치우쳐 있는 바람에 서남ㆍ동남쪽 끝은 아직 멀다지만, 이미 도서 지역을 제외하고는 다섯 시간이면 못 갈 곳이 없다. 그래서 동남권 개발이니, 서남권 개발이니 하는 소리가 옛날처럼 반갑게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개발을 위해 퍼부어진 돈이 시원하게 뚫린 길을 따라 수도권으로 밀려들어 집값을 끌어올리고, 결과적으로 격외지 보통 주민의 상대적 빈곤감만 커지는 우중충한 그림이 먼저 떠오른다. 내년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또 얼마나 많은 지역개발 약속이 쏟아질까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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