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치를 경신함에 따라 국내 증시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율 하락은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돼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통설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환율과 주가지수의 움직임은 이 같은 상식을 깨뜨리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이후 종합주가지수(KOSPI)와 원ㆍ달러 환율의 상관계수는 –0.65로, 반비례 관계를 보였다. 즉 환율이 하락하면 주가지수는 상승하고, 환율이 상승하면 주가는 거꾸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증시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이 증시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 천대중 연구원은 “이 같은 현상은 원화 강세로 수혜를 보는 내수업종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선전했기 때문”이라며 “전기가스, 건설, 음식료 등 역사적으로 환율 하락기에 주가지수를 웃도는 수익률을 올려온 업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도 “최근 환율 하락은 원화의 강세라기보다는 전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한국의 대미 교역비중이 16~17%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환율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또 “920원대라는 숫자가 주는 부담감은 있지만, 환율절상 속도는 연초보다 완만한 상태”라며 “이 정도 템포라면 국내 기업들이 적응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율 하락 추세 자체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소비전망이 낙관적으로 나오는 등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감이 희석돼 환율 하락도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간 전세계 주요통화 중 원화의 달러 대비 환율 하락폭이 컸기 때문에 향후 달러 가치 변동으로 인한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상장 기업들이 원화 강세 속에서도 적극적인 환 리스크 헷징(위험 회피)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이익을 내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코스피 상장 12월 결산법인 중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 회사가 올 3분기까지 올린 외환 관련 순이익은 2조3,66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8.1%나 늘어난 규모다. 기업들이 환율하락에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환율 하락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를 부추겨 증시의 전체적인 수급구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신흥시장으로 옮겨가기 위해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비중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이 이 같은 움직임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이건웅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는 최근 주가지수 1,400선 돌파에 따른 매매차익 외에 원화 강세로 인한 환차익까지 보고 있다”며 “따라서 주가의 추가상승 전망이 낮고 환율이 기업의 수익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할 경우 매도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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