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국세청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와 관련, "종부세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높은 신분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의 실천이며, 1.3%에 해당하는 선택받은 소수의 나눔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전 청장은 박찬욱 서울국세청장과 함께 자신들에게 부과된 65만원과 1,000만원의 종부세를 솔선수범해서 냈다. 종부세에 대한 서울 강남 등 버블 세븐지역 주민들의 조세 저항이 확산되자, "이는 일부 언론의 선정 보도"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부동산 값이 올라서 누리는 이익과 주택가치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는 것은 정당하다. 또 거래를 통해서 차익을 남겼다면 양도세를 납부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 고지서가 발부된 종부세는 적지않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투기 혐의가 짙은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나 은퇴자까지 과세하는 것은 올바른 세정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경우 주택이 자산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집 한채 가진 사람은 아파트 값이 얼마나 오르든지 그것은 미실현 이익에 불과하다. 고정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에게도 종부세는 과도한 부담이다.
2009년까지 보유세율을 기준시가의 1%까지 끌어올릴 경우 종부세가 매년 2~3배 급증하는 것도 문제다. 3년 뒤에 10억원대 주택소유자는 1,000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경제정책의 목적은 성장의 과실을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하되, 특히 중산층의 저변확대에 둬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안정된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중산층을 끌어내려 서민층으로 내몰고 있다. 무주택 서민들은 집값 급등으로 내집마련 희망을 포기하고 있다.
양도세도 마찬가지다. 관료들은 6억원 이상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만 부과하므로 '부자들을 겨냥한 정밀 유도폭탄'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1주택자의 경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양도세가 부담이 돼 거래를 포기하고 있다.
중과세로 거래가 마비되는 '동결 효과(Lock –in effect)'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이유와 자녀교육 문제로 집을 팔아 근처로 이사갈 경우 양도세와 취득세를 내고 나면 5~10평을 줄여야 한다. 세금 낼 능력이 없으면 주거 수준을 낮추거나, 작은 평수로 줄여서 가도록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올해는 종부세 대상이 36만가구에 그쳐 이들의 불만이 소수의 조세저항에 그칠 수 있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 집값 폭등으로 종부세 대상이 내년에는 60만가구, 2008년에는 100만가구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처럼 1주택자와 다주택자를 구분하지 않는 무차별 세금폭탄 정책이 지속되는 한 조세저항이 확산되고, 거래실종으로 수도권 집값 잡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과다보유 규제와 투기억제에 초점을 맞춘 중과세 정책은 현재와 같은 부동산광풍(狂風)을 차단하는데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봉급생활자들과 은퇴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야 한다.
이들의 담세능력을 감안해 과세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거래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 그래야 정책이 소기의 효과를 거두고 집값 거품도 빠질 것이다.
산업부장 직대 이의춘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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