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4년전 자신의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5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앙위 주최 ‘한나라포럼’ 특강에서다. 당 행사에 참석한 것은 정계은퇴 후 4년만이다.
이 전 총재는 “대선자금 사건으로 당에 고통과 깊은 상처를 안겼다”며 “잘못된 일이고 모든 책임이 후보였던 나에게 있다. 당원들에게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만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대선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강력 비판했다. 이 전 총재는 “대선후 시대변화를 읽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실제는 깜짝쇼나 네거티브 캠페인이 직접적 패인이 됐다”며 “반성은 중요하지만 자부심을 가져야 할 과거마저 부정하는 것은 천박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권은 거의 파산상태에 와 있으며, 성의 있고 진지하게 정치를 하겠다는 의욕도 잃어버린 것 같다”며 “모든 것이 대선 패배에서 비롯된 것이란 자책감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불임정당이란 비관론, 지지도가 높은데 대한 낙관론은 모두 틀렸다”며 “의원 각자가 자기 선거하듯 뛰고 피눈물을 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북핵 문제와 햇볕정책에 대해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자유민주주의 정체성과 이념을 배신했다”며 “핵 폭탄이 나왔어도 북한과 잘돼야 한다는 것은 대재앙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전 총재는 “당에서 햇볕정책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발언한 보도를 봤는데 ‘김대중 주의’에 아첨해 호남에서 지지를 얻으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계복귀를 묻는 질문에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다. 이미 내 입장은 말했다”고 선을 그었다.
염영남 기자 lk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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